‘관광섬 개발 갈등’ 거제 지심도, 상생 해법 찾을 민·관 협의체 꾸린다
지난 13일 지심도 주민 이주 갈등 중재를 위해 거제를 방문한 국민권익위원회 권성태 부위원장(왼쪽)이 변광용 거제시장을 만나 민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거제시 제공
속보=관광섬 개발에 따른 토착민 이주를 놓고 행정과 주민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경남 거제시 지심도(부산일보 9월 21일 자 10면 보도 등) 문제를 놓고 상생 해법을 찾는 민·관 협의체가 구성된다. 양측의 견해차가 커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이번엔 엉킨 실타래를 풀어낼지 주목된다.
거제시는 지심도 갈등 해소를 위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협의체는 지난 13일 거제를 방문한 권익위 권태성 부위원장이 제안한 방안이다. 이날 오전 지심도을 찾아 현지 주민 의견을 청취한 뒤 오후 변광용 거제시장을 만난 권 부위원장은 “시와 주민 그리고 관계 기관이 함께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의견을 물었다. 이에 변 시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해서 마련해 의견 차이를 좁혀 나간다면, 상생할 수 있는 묘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이를 토대로 거제시는 연내 협의체 발족을 위한 실무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거제시 집행부와 시의회, 지심도 주민 그리고 권익위가 참여한다. 여기에 환경부 등 관계부처도 참여시킬 계획이다. 구성원은 각 기관·단체별 2명에 시와 주민이 추천하는 시의원 2명을 포함해 10명 내외로 꾸린다. 협의체는 거제시가 추진하는 지심도 관광 명소화 사업과 지심도 거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묘책을 찾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발족 시기나 관계부처 참여 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추가 협의를 통해 확정할 계획”이라며 “늦어도 올해 중엔 구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가 지난 13일 거제 지심도를 찾아 주민 이주 갈등 해소를 위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지심도 갈등과 관련해 권익위가 지심도를 찾은 건 이번이 3번째다. 이날 권익위에선 권태성 부위원장과 임진홍 민원조사기획과장, 최명식 담당 서기관 등 4명이 동행했다. 거제시 제공
지심도는 거제도 동쪽 해상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국내에서 원시 상태가 가장 잘 유지돼 온 동백 숲을 품고 있어 ‘동백섬’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1936년 일본군이 섬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뒤 병참기지로 사용하다 해방 후 주민들이 돌아와 정착했다.
그런데 정작 소유권은 국방부로 넘어갔고 이후 국회 청원 등 끈질긴 반환 노력 끝에 2017년 3월 소유권을 돌려받았다. 거제시는 지심도의 원시림을 그대로 보존·관리해 자연과 생태, 역사와 스토리가 어우러진 명품 테마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런데 주민 이주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결국, 권익위가 중재에 나섰고, 현장 조사와 이해 관계자 면담을 거쳐 거제시에 3가지 중재안을 제시했다. 1안은 옛 국방과학연구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민박, 식당 영업이 가능한 집단 상가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신 기존 거주지는 상업활동을 금지하고 주거용으로만 사용하는 조건이다. 2안은 ‘마을 지구 지정’이다. 환경부가 국립공원 내에서도 주민이 살 수 있도록 만든 장치로 주택 증·개축, 신축이 가능하고 민박·식당 영업도 가능하다. 3안은 자연공원 지정 전 들어선 건축물에 대해 증·개축을 허용하도록 한 자원공원법에 근거해, 1968년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 이전에 들어선 주택을 양성화하는 것이다.
거제시 동쪽 해상에 자리잡은 지심도. 섬 모양새가 ‘마음 心(심)’자를 닮았다고 해 지심도(只心島)라 불리게 됐다. 전체 면적은 0.36㎢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 원시상태가 가장 잘 유지돼 온 동백 숲을 품고 있어 ‘동백섬’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부산일보 DB
그러나 거제시는 권익위에 보낸 회신공문에서 ‘현행법상 지심도에 주민이 거주하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불법 건물 양성화 없이는 거주할 수 없는데, 양성화를 위해선 공유지 매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환경부 승인과 시의회 의결이 필수다. 하지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때문에 불법을 양성화하기 위해 행정재산을 처분할 순 없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개발 사업과 관계없이 주민 이주는 불가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주민 이주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자 변광용 시장이 진화에 나섰다. 변 시장은 지난달 열린 시민 공청회에서 “주민 강제 이주는 없다”고 못 박고 “지역사회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주민과 상생할 모델을 찾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