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읽으니 여성이 더 잃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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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여성 일자리

“특히, 고통이 큰 청년과 여성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코로나 충격으로 일자리 격차가 확대된 것이 매우 아프다”면서 구체적으로 청년과 여성을 언급했다. 코로나는 여성 고용에 어떻게 타격을 안겼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 팬데믹에서 벗어나면 문제는 해결될까. 코로나 발생 이후 축적된 통계와 연구들은 감염병 위기의 특징과 더불어 여성 일자리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낸다. 12가지 데이터가 말한다.


부산 여성 충격 얼마나



2만 9000명=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올해 1사분기(1~3월) 부산 여성경제활동 동향 분석에 따르면 부산의 취업자는 코로나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인 1년 전과 비교해 3만 3000명이 줄었다. 그 중 2만 9000명(87.8%)이 여성으로, 남성(4000명)의 7배가 넘는다. 전국의 취업자 감소(3만 8000명) 가운데 여성(23만 5000명) 비율이 61.8%인 것과 비교하면 부산에서 성별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제외하고 스스로 경제활동을 중단한 부산 비경제활동인구는 같은 기간 2만 4000명이 늘었는데, 2만 3000명이 여성이었다. 취업자에서 이탈한 여성이 비자발적 실직뿐 아니라 자발적 퇴사로도 대거 이동했다는 뜻이다.



6위=그 결과 부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0%로 1년 동안 1.6%p 더 떨어지면서 남성(66.6%)과의 격차도 17.6%p만큼 커졌다. 부산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전국 평균(51.9%)보다 2.1%p 낮고, 가장 높은 인천(53.9%)보다 4.9%p 낮다. 7대 특·광역시 중에서는 꼴찌(울산) 바로 앞 순위다. 경제활동참가율은 만 1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의 비율을 말한다.



15~29세=부산 여성의 연령대별 취업자를 보면 15~29세가 전년 대비 2만 3000명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고, 30~39세는 2만 명 감소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 여성 취업자는 30~39세가 11만 명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감소 인원 규모로 보면 40~49세(8만 7000명), 50~59세(8만 2000명) 다음으로 15~29세(2만 2000명)가 가장 적었다. 부산에서 청년층 감소가 큰 것에 대해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최청락 여성정책연구부장은 “부산의 30~39세 여성 취업이 전국과 비교해 원래 낮은 상태에서 부산 청년 여성이 주로 종사하던 숙박·음식점 등이 타격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영향이 더 두드러진 양상”이라고 해석했다.




35.3%=여성과 청년의 교집합은 취약한 일자리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경제조사팀 정민수 과장 등)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코로나19에 따른 부산지역 고용의 취약성 평가’ 보고서에서 부산의 고용상황이 특히 악화된 배경으로 ‘코로나19 취약 일자리’를 들었다. 감염병 확산에 특히 취약한 비필수(숙박·음식, 예술·스포츠 등)+비재택(운송, 매장판매, 기계조작 등) 일자리를 말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은 이와 같은 일자리 비중(35.3%)이 전국 16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데, 연령별로는 청년층(15~29세)에서 44.3%를 차지하고, 여성(41.3%)과 남성(30.4%) 간 격차도 10.9%p로 전국 평균(7.5%p)을 크게 웃돈다.


지원도 재취업도 어렵다



3명 중 2명=코로나19 1년. 일자리를 잃은 여성들은 어떻게 됐을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12월 만 20~59세 여성 노동자(임금노동자+지난해 3~11월 임금노동자 재직 경험 실직자) 3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629명(20.9%)이 직장을 그만둔 적이 있었고, 이 중 재취업한 여성은 217명(7.2%)뿐이었다. 퇴직한 여성 3명 중 2명(퇴직자의 65.5%)은 계속 실직 상태에 머물러있었다. 이전 일자리가 임시·일용직(71.9%)이나 5인 미만 사업장(74.3%)이었던 경우 실직 상태로 남아있는 비중이 더 치솟았다. 감염병에 취약한 일자리와 고용안정성이 낮은 일자리가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5명 중 1명= 코로나 이후 퇴직한 여성 중 실업급여 수급자는 5명 중 1명꼴(21.8%)에 그쳤다. 퇴직 이전 일자리에서도 고용보험에 가입돼있던 여성이 절반(54.5%)에 불과했으니 예측 가능한 결과다. 20대 여성은 퇴직 경험 비중이 열 명 중 세 명꼴(29.3%)로 높았지만, 실업급여 수급률(16.4%)은 다른 연령대(24%)보다도 낮았다. 재취업을 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일시적인 일자리의 취업과 퇴업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았다. 재취업 여성은 코로나 이전에는 상용직(60.4%)에 더 많았지만, 다시 얻은 일자리는 임시·일용직(57.1%) 비중이 더 늘었다. 시간제 비중도 49.3%로, 재취업 이전(43.4%)보다 뛰었다.


3분의 1 이상=코로나 전부터 계속 같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여성들도 절반(46.3%)은 코로나로 인한 휴직·휴업, 권고사직, 임금삭감이나 반납 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과정에서 여성이나 임산부, 육아휴직자를 우선 대상으로 성차별적인 고용조정이 이루어졌다는 답변이 각 조치마다 3분의 1을 넘었다는 점이다. 조치별 비중은 최소 34.7%(무급휴직)에서 최대 46.8%(임금체불)에 달했다. 실제로 소득 감소도 일어났다. 열 명 중 세 명(29.6%)은 코로나 이전보다 소득이 줄었는데, 임시·일용직은 두 명 중 1명(55.2%), 숙박음식점업·금융보험업·교육서비스업과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은 10명 중 4명 이상에 해당했다.


39~44세= 여성 실직의 가장 큰 요인이 취약한 일자리 업종의 특성인 반면 자발적 퇴사의 경우 자녀돌봄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지연 연구위원의 최근 보고서 ‘코로나19 고용충격의 성별격차와 시사점’에 따르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39~44세 집단 여성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스스로 경제활동을 중단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출산연령에 따라 자녀의 유무와 연령을 추산해 분석한 결과다. 김 연구위원은 학교 폐쇄로 인한 돌봄 부담이 경력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영유아 중심인 돌봄 지원 정책을 초등학생 이상 자녀도 충분히 포괄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문제는 성평등이다



2만 7000명=코로나19 이후 전망은 엇갈린다. 일단 가정 내 양성평등과 돌봄의 공공성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대됐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지난해 2만 7423명으로, 육아휴직자 네 명 중 한 명 꼴(24.5%)까지 늘어났다. 문 대통령도 취임 4주년을 맞아 “코로나로 가중된 돌봄 부담과 돌봄 격차 해소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를 비롯한 유연근무제의 확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4차 산업혁명과 비대면 자동화 서비스가 여성의 사라진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않다. 산업구조 변화에 발맞춰 장기적으로 여성 일자리 업종을 다변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45.0%=결국은 일자리의 질이다. 여성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2017년 41.2%에서 지난해 45.0%로 오히려 늘었다. 남성 비정규직 비율(29.4%)보다 월등히 높다. 2008년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여성 노동 정책이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에 주력하면서 시간제 등 불안정한 일자리는 오히려 확대됐다. 최청락 부장은 “기존 정책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경력단절 이후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상대적으로 일자리의 질은 챙기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여성의 결혼관 변화나 저출생 문제를 반영해 경력단절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1위=고용의 질에는 성평등이 포함된다. 임금격차는 고용영향평가 성평등 항목의 세부적인 평가지표에도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낙제점이다. 우리나라의 남녀 성별 임금격차는 32.5%로, OECD 회원국 조사대상 31개국 중 31위다. 여성이 남성보다 32.5%만큼 임금을 덜 받는다는 의미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의 정경윤 연구위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 여성노동 정책 총괄 평가’ 이슈페이퍼에서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 임금 공시제 등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좋은 일자리’ 정책에서 성평등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성차별적인 노동구조가 더 심화됐다는 비판이다.




5월 16일=여성계는 성차별적 노동구조와 임금격차를 강조하기 위해 매년 임금차별 타파의 날을 정한다. 올해는 5월 16일인데, 우리나라 남성 정규직 임금과 여성 비정규직 임금을 비교할 때 여성 비정규직은 5월 16일부터 연말까지 무임금으로 일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부산여성회 평등의전화 김분경 소장은 “올해는 20대 여성 문제와 더불어 여성의 저임금 실태를 드러낼 수 있는 활동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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