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법률생활] '내용증명' 어디까지 효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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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법률적인 분쟁이 있으면 굉장히 화를 내시면서 “내가 저쪽에 내용증명을 보내서 혼을 내주어야 겠어!!”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저에게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내용증명을 반드시 먼저 보내야 하는 것 아닌지” 여쭈어 보시는 분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내용증명은 이러 이러한 효력 밖에 없습니다’라고 설명드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기회에 저도 과연 내용증명이 법적으로 어디에 근거가 있고, 왜 이름이 ‘내용증명’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일단 내용증명은 민법이나 민사소송법이 아닌 우편법에 그 근거 조항이 마련되어 있는데, 우편법 시행규칙 제25조 제1항 제4호 가목은 ‘내용증명’에 대해 ‘등기취급을 전제로 우체국창구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발송하였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증명하는 특수취급제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우편법의 규정에 따르자면, 내용증명은 손해배상청구, 계약 해지 통보 등을 내가 어떤 ‘시점’에 하였다는 것을 공적으로 증명하는 것일 뿐, 어떠한 법률문서 또는 법률절차는 아닙니다.

한편, 이러한 내용증명의 방법은 같은 문서 3통을 준비하여 원본을 수신인에게 등기우편으로 보내고, 발신인이 한 부를 보관하며, 나머지 한 부는 우체국에서 보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그 양식에는 큰 제한은 없습니다.

그리고 내용증명은 우체국으로부터 공적증명을 받는 문서로서 추후 소송에서 어떠한 사실과 관련하여 이를 ‘어느 시점에 고지’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상호 다툴 수 없는 중요한 사실 증거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용증명에 기재된 내용 자체가 ‘사실이다’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甲이 乙에게 “당신이 나에게 돈을 빌렸으니 이를 갚아라”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가정할 경우, 위 내용증명만으로 乙이 甲에게 돈을 빌린 사실 자체가 인정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 국민이 너도 나도 상대방에게 먼저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나한테 돈을 빌렸으니 갚아라’라고 하면, 내용증명을 받은 사람은 갚아야 하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다만, 갑이 을에게 돈을 빌려주었다는 어떠한 정황상의 간접적인 증거는 될 수 있고, 위 내용증명을 받은 乙은 다시 내용증명을 통하여 ‘빌린 것은 맞는데, 갚지 않았느냐’, 또는 ‘빌린 적도 없는데 무슨 내용증명을 이리 함부러 보내느냐’고 답변을 할 수도 있고, 나아가 乙은 甲의 내용증명에 대하여 답변을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내용증명은 어떠한 사실에 대하여 상대방에게 이를 ‘고지’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공적으로 증명되는 것이지, 그 내용 자체가 진실이냐를 따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내용증명은 상대방에게 발신인의 입장을 법적절차에 앞서 미리 밝히는 것이기에, 내용증명의 수신인에게 일종의 경고 또는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효과를 부수적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편, 내용증명에 있어서 법률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부분이 바로 시효중단과 관련한 것입니다. 소멸시효라고 많이들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소멸시효란 일정기간이 끝나면 채권을 소멸시켜 법적안정성을 추구하는 법적효과(일반채권 10년, 상거래 채권 5년, 물품·공사대금 채권 3년 등)인데, 바로 돈을 갚으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상대방에게 보냄으로 인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저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완벽하게 저지시키는 것은 아니고, 이는 소멸시효의 중단과 관련한 문제인데 이는 차회에 기회가 되면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와의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그 의무의 해태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자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내용증명이 많이 활용이 됩니다. 즉, 나와의 계약 상대방이 계약상의 이행을 먼저 할 것을 내용증명을 통하여 촉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 내용증명이 활용됩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의무를 해태하던 상대방’은 ‘나한테 의무를 이행하라고 독촉한 바가 없어서 설렁설렁 하였던 것인데, 이제 와서 왜 해제를 한다고 난리를 치지’라고 반박할 수 있는데, 이 때 ‘의무를 이행하라고 독촉을 하였다’는 강력한 증거가 바로 내용증명인 것입니다.

또한, 채권 즉, 누군가에게 돈을 받을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 법적으로 이를 ‘채권양도’라고 지칭하는데, 그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에 있어서 양도한 사람은 본래의 채무자(돈을 갚아야 하는 자)에게 채권을 양도하였음을 통지(나한테 갚지 말고 저 사람한테 갚으시요!!라는 내용)하여야 하고, 그 통지를 할 때에도 내용증명을 통하며, 그 통지 시점이 언제인지에 따라(특히, 채권압류 내지 가압류 통지와 채권양도 통지 상호간의 우선순위) 엄청난 법적인 효과가 나타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공적인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자주 이용하게 되는 내용증명 제도를 살펴보았는데, 말씀드린대로 내용증명은 내용증명에 기재된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한 증거 수단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효중단의 효과라든지, 의사표시의 우선순위, 상대방에 대한 독촉의 의미, 심리적 압박 수단 등 여러 방면에서 그 나름의 효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용증명을 법률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시는 용도로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재성 객원기자 hero-fighter@hanmail.net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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