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오르막’ 거가대교 통행량, 4년 전부터 ‘내리막’ 왜?
전국에서 가장 비싼 도로로 악명 높은 부산~거제 간 거가대교 통행량이 최근 5년 새 100만 대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통행료와 주력 산업인 조선업 장기 침체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감소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부산일보 DB
부산과 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통행량이 최근 5년 사이 100만 대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통행료에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 장기 침체,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감소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통행량이 줄면 운영 손실을 오롯이 시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혈세 낭비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남도와 거제시에 따르면 거가대교 통행량은 2011년 유료 개통 이후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첫해 766만 7600대를 시작으로 이듬해 761만 2300대, 2013년 825만 6300대, 2014년 900만 3500대, 2015년 936만 2600대, 2016년 938만 5900대로 정점을 찍었다.
2011~16년까지 꾸준히 늘다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는 26만 대 이상 급감
대·특대형, 요금감면에도 줄어
전국 최고 통행료 주원인 꼽혀
코로나로 물동량 감소도 영향
그런데 2017년 920만 2800대로 소폭 감소하더니 2018년 839만 8700대로 급감했다. 거제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고액 통행료 인하 운동이 본격화한 시점이다.
거가대교 통행료는 일반 승용차 기준 편도 1만 원으로 민자 고속도로 중 가장 비싸다는 인천대교(5500원)의 2배 수준이다. km당 요금으로 따지면 무려 4.7배다. 거가대교 건설의 목적 중 하나가 부산과 거제 관광산업 활성화인데, 비싼 통행료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형차의 경우, 3종 기준으로 버스는 2만 5000원, 화물차는 3만 원으로 부산-서울 간 고속도로 요금(2만 2000원)보다 비싸다. 이 때문에 인건비 벌이도 벅찬 화물차 노동자들이 눈앞의 거가대교 대신 먼 길을 돌아가는 등 기본적인 물류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거 지역사회의 줄기찬 요구에도 꿈쩍 않던 운영사는 해마다 통행량이 줄고, 정치권까지 인하를 압박하자 마지못한 듯 대형‧특대형 차량에 한해 통행료를 5000원 감면했다. 하지만 이용량 반등을 끌어내진 못했다. 작년 통행량은 830만 7900대로 전년 대비 26만 대 더 줄었다. 특히 대형차는 통행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뒷걸음질 했다. 지난해 대형‧특대형 차량 통행량은 161만 9000대로, 인하 전인 2019년에 비해 5만 8000여 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차 운전자들은 그동안 비싼 통행료에도 이동 거리와 시간을 단축하려 울며 겨자 먹기로 거가대교를 이용해 왔다. 기존 국도를 타고 통영‧창원을 거칠 경우 140km 남짓인 거제~부산 간 거리가 거가대교 통과 시 60km 이내로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통영~창원 간 교통망이 크게 개선되면서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거가대교를 이용하는 것을 꺼리는 운전자들이 늘었다. 여기에 조선업 장기 불황에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쳐 연관 산업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화물운송업계 부담이 더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차는 (물량이) 많을 땐 월 300만 원 상당을 (거가대교) 통행료로 지출하기도 했다”면서 “일감이 없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에 한 번에 2만 원이 넘는 통행료는 큰 부담”이라고 전했다.
2018년 거제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거가대교 고액 통행료 인하 운동이 본격화 했다. 이후 운영사는 마지못해 대형차 통행료를 5000원 인하했지만, 통행량은 오히려 줄었다. 부산일보 DB
올해 통행량도 마찬가지다. 7월 현재 423만1569대로 작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별다른 호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감소가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통행량 감소로 인한 손실을 운영사가 아닌 애꿎은 시민이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거가대교는 민자 9923억 원과 국비 4474억 원 등 총 1조 4397억 원을 투입된 민자도로다. 개통 당시 경남도와 부산시는 민간 기업의 투자 부담을 줄이려 실제 통행량이 예상을 밑돌면 세금으로 차액을 보전해 주는 최소운영수익보장(MRG)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방식대로라면 양 시·도는 2050년까지 40년간 5조 4586억 원을 운영사에 보전해 줘야 했다. 곧장 ‘세금 먹는 하마’란 지적이 나왔고, 2013년 사업 재구조화 협상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건설비 전액을 은행 대출로 상환하고 통행료 수입에서 운영비와 대출 이자를 차감해 운영하는 운영비용보전(SCS)제를 도입했다. 운영사에 보장된 사업수익률도 12.5%에서 민자 사업 중 최저수준인 4.7%로 낮췄다.
그런데도 운영사인 GK해상도로(주)는 최근 8년간 운영비보전 명목으로 지자체로부터 2478억 원을 챙겼다. GK해상도로는 국민은행을 비롯한 19개 투자사가 출자해 조성한 사모펀드 ‘KB GK해상도로 사모 특별자산 투자신탁 제2호’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2013년 ‘거가대로 변경실시협약’을 거치며 운영권을 인수했다.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MRG에 비해 적다지만, 수입이 줄면 세금으로 채워 줘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혈세로 사모펀트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통행료를 낮춰 통행량을 늘려야 하는데, 코로나 이후에도 지금의 요금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며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 운영비 절감, 차입금 조기상환 등을 통해 인하 여력과 명문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거가대로를 국도로 승격 시켜 국가재정도로 수준의 요금을 책정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