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재표결 디데이, “역사 현장 보겠다” 오전부터 모여든 시민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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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 변은샘 기자 iamsam@ 14일 오전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 변은샘 기자 iamsa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시민들로 분주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 등이 주최하는 탄핵 촉구 집회는 이날 오후 3시께 본격 시작되지만, 집회 준비는 오전 8시 무렵부터 이뤄졌다. 오전 10시께 주 무대를 중심으로 국회 앞 의사당대로 도로에는 착석하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4시간여 앞둔 낮 12시께, 여의도역과 국회의사당역 입구에는 두꺼운 패딩과 장갑, 털모자 등으로 중무장한 시민들 무리가 쏟아졌다. “지난 주보다 사람 엄청 많아” 라며 쏟아지는 인파에 놀라는 시민들도 많았다.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길목에는 ‘내란 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등이 적힌 종이나 주먹밥 등 식사, 간식거리를 나눠주는 사람들로 들어차 있었다.

국회의사당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주 무대를 중심으로 시민들은 열을 맞춰 자리를 잡았고 점심이 지나면서 행렬은 점점 더 길어졌다. 긴 시간 앉아있을 것을 대비해 간식거리와 간이 테이블 등을 챙겨 은박지나 패딩 바지, 털 담요 등으로 추위에 맞서는 모습이었다.

14일 오전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 변은샘 기자 iamsam@ 14일 오전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 변은샘 기자 iamsam@

행렬 맨 앞에 자리를 잡은 인천에서 온 30대 김주현 씨는 “착석은 오전 11시부터였는데 10시부터 와서 기다렸다”며 “탄핵안이 오늘은 가결이 될 것 같아 두 눈으로 그 현장을 보려고 맨 앞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해병대 의열단’ 글귀가 적힌 검정 패딩을 맞춰 입은 한 무리는 넓은 돗자리를 깔고 거리에서 점심 식사 중이었다. 팔에는 ‘친일매국척결’이 적힌 빨간 손수건을 감싼 채였다. 부산 서면에서 전날 서울에 온 배호성(50) 씨는 “해병대 767기로 해병대 의열단은 해병대에서는 처음 탄핵을 주장해 왔다”며 “서울 빈소를 왔다가 계엄령 당일 현장을 우연히 보게 된 이후 내내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 753기 박지수 씨는 “선후배 20여 명이 모여있을 자리를 잡으려고 오전 10시부터 왔다”며 “항일 독립운동단체인 약산 김원봉 선생의 의열단을 모티프 삼아 윤 대통령의 민족정신을 흐리는 매국행태를 규탄하고자 해병대 의열단이라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

앳된 얼굴도 눈에 띄었다. 친구 4명과 집회를 찾은 김해인(19·경기도 안양) 씨는 “저번 주에 한 번 오고 이번 주에는 친구들을 모아 함께 왔다”며 “수능이 끝나고 뉴스를 보니 나라가 난리인데 시간이 많은 우리라도 나와야 하지 않나 싶어 다함께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11살 딸 손을 잡고 발길을 서두르던 유광현(50·서울 강동구) 씨는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하다 화가 나서 직접 보여주려고 딸을 데리고 나왔다”며 “아이가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야 하는 나이다 보니 역사의 현장을 보고 스스로 느꼈으면 했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오전 일찍부터 보수단체가 집결했다. 오후 1시께 참가자가 늘면서 경찰이 차선을 추가 통제하기도 했다. 김현우 기자 khw82@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오전 일찍부터 보수단체가 집결했다. 오후 1시께 참가자가 늘면서 경찰이 차선을 추가 통제하기도 했다. 김현우 기자 khw82@

한편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일찍부터 보수단체가 집결했다. 보수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12시부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혁명대회’를 열었다.

행사 시작 시각은 오후 1시였지만 시민들은 오전 10시부터 일찌감치 광화문 광장에 모여들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점심께 마련된 의자에는 이미 빈 자리가 드물었다. 오후 1시께 참가자가 늘면서 경찰이 차선을 추가 통제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탄핵 반대’, ‘주사파 척결’, ‘이재명 구속’이라 적힌 종이를 흔들었다. 휴대폰으로 현장 상황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거나 지인과 셀카를 찍으며 집회 참가를 기념하기도 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가리켜 정당한 정치 행위라고 주장하며 재표결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무대에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부정선거 음모론’ 등이 언급될 때면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안동석 씨(67)는 “애국심 하나로 9시 40분에 왔다. 탄핵은 말도 안된다. 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인데 탄핵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수사를 받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내란을 확정 지을 수 있나.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통과돼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옆 전쟁기념관 주변에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옆 전쟁기념관 주변에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거리에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였다. 이날 오후 1시께 대통령실 옆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주변 인도 등에 놓인 화환들에는 윤 대통령을 응원하는 문구들이 담겨있었다. ‘부정선거 바로잡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각하를 믿습니다’ ‘계엄령은 대통령 고유 권한’ 등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내용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화환이 놓인 주변 길목에는 경찰이 곳곳에 배치된 상태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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