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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편견/한민
한국에 온 유럽인들이 낯설어하는 장면 중 하나가 공중화장실에서 양치하는 모습이다. 유럽에서 화장실은 배설을 위한 공간으로만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의 말소리는 시끄럽게 들린다. 하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자신의 말소리가 시끄럽다는 인식이 없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더 시끄럽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한 설문조사에서 연인과 연락이 되지 않는 시간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물었다. 한국인 커플은 하루나 이틀이라고 대답했다. 반면 일본인 커플은 2주일 이상 연락이 안 돼도 참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
내게는 자연스럽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낯설 수 있다. 사람들이 집에 산다는 사실은 보편적이지만 집의 재료, 구조, 모양, 내부 공간을 나누는 방식은 다르다. 서로 처한 환경과 역사, 기술, 가족 제도,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화적 다양성이다. <오만한 편견>의 저자는 문화심리학자이면서 각종 방송과 유튜브를 넘나들며 대중과 호흡해 오고 있다. 그는 “편견은 무지에서 오지 않는다. 어설프게 알면서도 성급하게 확신하고, 더 알려 하지 않는 게으름 속에서 자란다. 편견의 뿌리는 ‘몰라서’가 아니라 ‘안다고 착각해서다”라고 말한다.
좀비 영화, 고지라, 변신 설화, 삼국지와 무협지, 할리우드 영화 등 흥미진진한 사례를 통해 같은 이미지와 관습도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살핀다. 사람들은 자기 문화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내게 낯선 행동이라고 해서 곧바로 틀렸다고 판단하는 일은 위험하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도 미래에는 매우 낯설고 이상하게 보일지 모른다. 한민 지음/저녁달/376쪽/2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