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을 바꾸자 '빅 히트 프로젝트'] 8. 명품지역 해운대 부산의 홍콩-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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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자본 블랙홀에 휩쓸린 해운대 전통 상권

부산 해운대구 우동 애향길 일원은 한때 부산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였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센팀시티로 해운대 상권이 급속도로 이동하면서 빈 점포가 늘어나는 등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 25개, 등록된 수입차 2만여 대, 특급호텔만 10여 곳에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를 필두로 한 국내 유통업계의 최대 격전지.

서울 강남과 함께 '대한민국 최고 부촌'을 다툰다는 해운대의 화려한 외형이다. 해운대는 아시아 최고의 쇼핑 도시 홍콩을 위협하는 동북아 제일의 쇼핑·관광 도시이자, '트렌드 1번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외양 이면에는 규모와 편리, 세련미를 앞세운 대자본이라는 이름의 블랙홀 앞에 속절 없이 무너져 내리는 해운대 원도심 상권의 아우성이 있다.

동부산 대표하던 '젊음의 거리'
센텀·마린시티로 상권 이동 후
매출 하락 등 위기감 고조
구남로 일대는 난개발 우려
난립한 숙박업소 재정비도 절실

■서진하는 상권, 활기 잃은 상가


지난 6일 오후 해운대구 우동의 복합 쇼핑몰 '스펀지 스퀘어' 일원. 감각적인 LED 조명으로 치장한 쇼핑몰 외벽은 화려했지만 대형 쇼핑몰 주변 치고는 지나는 사람들이 적어 한산하다.

인근 오피스 건물들은 한집 건너 한집 꼴로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줄지어 들어 선 휴대폰 판매점의 호객 음악 소리만 요란하다.

한 상인은 "치고 빠지기식 영업에 알맞은 휴대폰 판매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권이 쇠락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스펀지'와 인근 '세이브존'을 중심으로 한 이곳 애향길은 동부산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였다. 스펀지에서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신 뒤 세이브존에 들러 의류 쇼핑을 하는 것이 해운대를 찾은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였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센텀시티 일대에 백화점, 영화관, 고급 음식점, 호텔, 오피스빌딩 등이 들어서면서 해운대 상권은 급속도로 서쪽으로 이동했다. 인근 수영만매립지의 마린시티도 초대형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서 고급 상권을 형성했다.

최근 동부산관광단지에 대형 아울렛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이 지역 상권의 위기감은 한층 높아졌다.

동해남부선 복선화 사업으로 해운대역이 신시가지로 이전한 것도 악재다.

해안가 위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해변 상권은 성장하고 있지만, 해운대구청 일원 원도심 상권은 기대했던 '낙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 점포 627곳의 하루 이용객과 연 매출은 2012년 2만 4천672명, 248억 원에서 지난해 2만 4천200명, 242억 원으로 줄어 동반 상승은 커녕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용광로처럼 들끓는 난개발 압력

애향길에서 한 블록 지나 해운대 구역사에서 씨클라드우드 호텔에 이르는 구남로는 반대로 팽창하는 개발 압력으로 들끓고 있었다.

낡은 상가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42층짜리 레지던스 호텔이 올라가고 있었고, 부산저축은행 부지도 터 다지기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지난달 문을 연 '고래사 어묵' 앞에는 어묵 고로케를 맛보려는 손님들이 20m 이상 줄을 지어 서 있었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인파는 해운대 원도심 상권이 애향길에서 이곳 구남로로 옮겨져 왔음을 실감케 했다.

이 지역은 지난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지난한 도로 개설 작업이 이뤄져 왔다. 토지 보상 등에 따른 예산난으로 15년에 걸쳐 '찔끔 공사'가 이어지다 보니 '명품길'에 걸맞지 않게 가로 정비가 통일성을 잃었다.

통행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한눈에도 난삽한 느낌을 준다. 오랜 기간 도시 계획으로 묶여 있던 지역이어서 난개발 우려감도 높다.

부산발전연구원 박상필 연구위원은 "고밀도 개발로 고층 오피스 건물이 이 지역 일대를 점령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사적 자본에 개발을 맡길 것이 아니라 보다 면밀한 구남로 일원의 지구단위 계획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산기계공고 삼거리에서 아쿠아리움까지 이어지는 운촌길은 국내 최고의 숙박업소 밀집 단지다.

관광호텔과 모텔 등 94곳의 숙박시설이 이 지역에 몰려 있고, 아직도 각종 숙박업소가 들어서고 있다. 60% 수준에 그치는 부산의 숙박 수용력을 감안할 때 숙박업소가 추가로 지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모텔 일색이라는 것이 문제다.

룸살롱과 안마시술소, 집창촌인 '609번지'가 띠를 형성하고 있는 이곳은 부산의 전통적 유흥가다. 철저하게 '밤의 해운대'를 위한 이 공간을 어떻게 '낮의 해운대'와 조화를 이뤄 시너지를 창출할 것인가 하는 것도 숙제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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