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에서 만난 영화인] 인니 영화 ‘복사기’ 감독·배우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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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정의를 복제하는 연대의 힘 ‘복사기’라는 제목에 담고 싶었다”

인도네시아의 레가스 바누테자 감독(왼쪽)과 배우 셰니나 시나몬. 문경덕 인턴기자 인도네시아의 레가스 바누테자 감독(왼쪽)과 배우 셰니나 시나몬. 문경덕 인턴기자

“작품 제목에 세 가지 의미를 넣었어요. 그 중심엔 ‘빛’과 ‘정의’가 있죠.”

영화 ‘복사기’를 만든 인도네시아의 레가스 바누테자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9년 단편 ‘건강한 우리마을’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던 감독은 2년 만에 첫 장편을 들고 영화제에 다시 왔다. 12일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바누테자 감독과 ‘복사기’의 주연 셰니나 시나몬을 만났다.


바누테자 감독·주연배우 시나몬

성범죄 피해자 용감한 행동 그려


감독의 신작은 올해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을 소개하는 섹션인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됐다. 바누테자 감독과 시나몬은 BIFF 참석을 위해 지난달 입국한 뒤 자가격리 기간을 가졌다. 감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러모로 힘들지만 영화제가 열린 것 자체로 의미 있다”며 “관객석을 평소의 절반 정도밖에 못 열었는데 활기와 열기가 느껴져 놀라웠다”고 말했다. 시나몬은 “한국에 처음 온다. 관객들의 열정을 보고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며 방긋 웃었다.

이 영화는 연극부 파티에 참석했던 ‘수르’의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온 뒤 벌어진 일을 그린다. 감독은 파티 이후 장학금 심사에서 떨어지고 집에서 쫓겨나는 수르의 모습을 비추면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성범죄 문제, 미투 운동과 계층의 불균형을 조명한다.

감독은 작품 제목에 세 가지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개인 정보 유출 문제가 심각한 인도네시아의 ‘복사 가게’를 비춘 것이고, 두 번째는 피해자들이 주인공의 용기 있는 행위와 정의감을 ‘복사’하는 데 의의가 있단다. 마지막 의미는 ‘복사기’의 영문 표기인 ‘포토 카피’(Photo copier)에 답이 있다고. “‘포토’의 어원은 ‘빛’이에요. ‘복사’를 의미하는 ‘카피’와 나란히 붙여 빛과 정의를 복제하는 연대의 힘을 담고 싶었어요.”

주연을 맡은 시나몬은 이번 작품을 연기하며 자신의 트라우마와 맞섰다. 시나몬은 “개인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며 “상처는 여전하지만, 가해자들이 법정에서 심판과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열심히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 친구들의 피해 사실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바누테자 감독은 “수르를 용기 있게 그리는 게 관건이었다”고 했다. 감독은 “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수르처럼 용기 있게 싸웠으면 좋겠다”며 “성폭행을 당한 사람들이 오히려 정당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부유한 가해자들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걸기도 하잖아요. 인도네시아엔 성폭력 관련 법이 있지만, 성추행을 처벌하는 법은 없거든요. 이번 작품이 그런 법안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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