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앵커·PD·MC까지… 방송 제작 현장 장악한 AI
AI PD, 프로그램 기획·연출
MBN AI 앵커 활용한 뉴스도
새 프로그램 소재 활용 이어져
방송가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히 프로그램 소재로서 각광 받았지만 이제는 프로그램 제작이나 진행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등 AI가 방송 제작 현장의 큰 흐름을 바꾸는 중이다.
지난 14일 첫 방송한 KBS2 ‘김이나의 비인칭시점’은 진행자 김이나가 AI와 함께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를 두 명 이상 기용하는 것과 달리 이번 프로그램에선 MC 한 명과 함께 AI를 세웠다. 의과대학 입시 열풍부터 스토킹 살인 사건, 소극장 학전 폐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AI를 활용한 가해자의 심리 분석과 성향 파악부터 음성 복원, 목소리 구현, 특수 효과 등을 볼 수 있어 AI의 방송 활용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 12일까지 방송된 MBC ‘PD가 사라졌다!’의 프로듀서는 AI 기술로 만들어진 ‘M파고’다. AI가 MBC 입사 후 예능 PD가 되어 직접 프로그램을 연출한다는 콘셉트다. 캐스팅부터 연출까지 모두 M파고가 직접 진행한다. ‘박수 윷놀이 술래잡기’ ‘지구력 얼음땡 개인전’ 선보이는 게임 미션도 이색적이다. 다만 M파고는 출연진과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권한은 나에게 있다. 기권은 없다”고 주문해 소통 부족과 융통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출연료 역시 등장 분량에 따라 차등 지급해 눈길을 끌었다.
뉴스에선 일찌감치 AI를 활용하고 있다. MBN은 지난 2020년부터 종합뉴스 메인 앵커인 김주하 씨의 AI 앵커를 선보이고 있다. AI 앵커는 실제 김주하 앵커와 대담을 나누는 것부터 뉴스 브리핑까지 이질감 없이 소화하고 있다.
시사 교양·예능 프로그램에서 AI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명절 파일럿 프로그램인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대표적인 AI 활용 방송이다. 보고 싶은 사람을 가상현실(VR)에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프로그램의 콘셉트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AI 기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SBS 설 특집 ‘남진 콘서트: 인생은 바람이어라’에서도 AI 남진을 무대에 세웠다. AI 기술로 재현된 청년 시절의 남진이 지금의 남진과 만나 무대를 꾸며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한 방송사 PD는 “AI를 활용하면 제작비가 많이 들긴 하지만, 사실 천정부지인 출연자 출연료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진 않다”면서 “안 해본 것들을 다루기 때문에 시청자가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고, 제작진도 참신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내부 구성원들은 AI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거나 대체하는 건 반기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