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산길에서 평화로운 트레킹…기체조‧사진 체험까지
경남 산청군 대원사, 동의보감촌
주차장에서 절까지 평화로운 한 시간
물소리에 귀 기울이면 마음 편안해져
종류 다양한 템플스테이 체험해 볼 만
동의보감촌 주변 식당 어디라도 만족
각종 건강 지식 풍부한 엑스포주제관
한방체험관서 촬영 사진 휴대폰 전송
세상이 어지럽다. 마음을 다스릴 겸 산에 오르기로 했다. ‘저질 체력’을 감안해 힘든 등산보다는 그냥 적당한 거리를 무심하게 걷는 ‘트레킹’에 만족하기로 했다. 고민하다 고른 행선지는 경남 산청군 대원사계곡이었다. 트레킹을 마친 뒤에는 인근의 동의보감촌을 찾아 건강식을 즐기기로 했다.
■대원사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대원사는 겨울 안거 기간 중이다. 비구니 스님 수십 명이 일심으로 불도를 닦는 ‘정진’에 들어간 시기다. 혼탁한 산 아래 세상과는 달리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곳곳에 흘러넘친다.
먼 길을 달린 자동차는 유평주차장에 세운다. 이곳에서는 걸어서 대원사까지 올라갈 작정이다. 발이 빠른 사람은 30분, 느린 사람은 1시간이면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는 거리라는 점을 감안했다.
전날 내린 눈이 쌓인 지리산 꼭대기는 하얀색으로 덮였다. 산행 길에 쌓인 눈은 지방자치단체의 발 빠른 조치 덕분에 일찌감치 정리된 게 그나마 다행이다. 기온은 0도 안팎이지만 바람이 별로 불지 않아 춥지도 않다.
초겨울이어서 단풍은 거의 다 진 상태지만 곳곳에 살아남은 새빨간 단풍나무는 아직 한겨울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산행 길에서는 가로등 설치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늦은 밤에 도로를 오가는 행인이나 자동차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인 모양이다.
유평주차장에서 대원사까지는 고즈넉한 숲길이다. 가끔 대원사나 인근 마을로 오가는 자동차 외에 행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초겨울이어서 산행객도 드물다. 모든 시선과 소음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몰두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분을 좋게 만든다.
대원사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계곡이 이어진다. 겨울인데도 물이 마르지 않아 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 이어진다. 마치 산행객이 외로울까 동행하는 느낌마저 준다. 모든 생각을 다 버리고 물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걷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대원사는 초대형 사찰은 아니지만 예쁘고 아담한 곳이다. 특히 템플 스테이로 유명한 사찰이다. 지금도 12월~내년 3월 사이에 ‘집중수행 선명상’ ‘지리산에서 하룻밤’ ‘까치까치 설날’ ‘나만을 위한 템플스테이’ 같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무척이나 아름다운 추억이 될 듯하다.
대원사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 유평마을까지 가기로 한다. 길 주변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유평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대원사 앞의 방장교를 건너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한적한 숲길을 따라 갈 수도 있고, 무장애 덱 탐방로를 따라 걸을 수도 있다.
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 올라가 반대쪽으로 내려오기로 한다. 이번에도 동반자는 졸졸 흐르는 물소리다.
도중에 잘 익어 가는 대봉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가 곳곳에서 산행객을 유혹한다. 추워서 그런 것인지, 낯선 사람을 만나 부끄러워서 그런 것인지 대봉감 볼은 빨갛게 변했다. 대봉감처럼 산행객의 볼도 서서히 빨개진다.
■동의보감촌
서둘렀지만 시간이 꽤 흘렀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동의보감촌으로 향한다. 5년 전에는 이곳에서 약선식당을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약초 샤부샤부를 점심으로 들 작정이다. 이곳의 식당 음식 수준은 꽤 높아 어디로 가든 실망하는 법이 없다.
따끈한 샤부샤부 국물로 차가워진 몸을 데우고 동의보감촌 탐방에 나선다. 먼저 세계전통의학과 약초를 소개하는 엑스포주제관부터 둘러본다. 약초의 역사, 각 나라의 약초 사용법 등 다양한 건강 지식이 곳곳에 담겼다.
한의학박물관은 한의학 주제관이다. 동의보감부터 시작해 조상들이 남긴 수십 권의 한의학 관련 서적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옛 한의원과 한약방을 재현한 시설도 둘러볼 만하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한방체험관이다. 태블릿을 이용해 약전거리 ‘증강현실(AR) 영상’을 체험할 수도 있고, 영상을 보면서 건강기체조를 따라 해도 된다.
박물관 마지막 코스는 이색 사진이다. 크로마키 체험관에 들르면 ‘약탕기 열탕욕’ ‘동의보감’ 등을 배경으로 하는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전화번호를 남기면 촬영한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받을 수 있다. 여행에서 남는 것은 결국 사진뿐이라는 사실을 잘 기억해야 한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