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성격 나왔다…부울경 단체장 3인 3색 행보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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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취임한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 3명이 각각의 색깔로 시·도정을 이끌면서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요란한 취임식 대신 민생부터 챙긴 전재수 부산시장, 연일 SNS로 시청 내부 회의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김상욱 울산시장, 직원들과 손 잡고 경남 대도약을 선언한 박완수 경남도지사.

관심과 기대가 큰 때문인지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신선한 변화들이 많다’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부산과 울산 단체장 2명의 행보를 유심히 본다는 시민이 많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미처 몰랐던 매력과 능력이 단체장이 되면서 폭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열흘 남짓 짧은 기간에 쏟아진 변화들을 접한 시민들은 부울경 단체장들의 3인 3색 스타일을 지켜보며 리더십 변화를 체감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극한 여야 대립에 허니문 기간도 없어졌는지 ‘보여주기 행정’ 등 비난도 없진 않다. 기대와 관심 속에 4년 여정을 시작한 부울경 단체장 3인의 초반 레이스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지난 1일 취임한 민선 9기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들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취임식 없이 취임 선서만 해 주목을 받았다. 부산일보DB 지난 1일 취임한 민선 9기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들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취임식 없이 취임 선서만 해 주목을 받았다. 부산일보DB

취임식, 간소화하거나 현장으로

부울경 단체장 3인의 취임식 승자는 전 시장이 아닐까 한다. ‘떠들썩한 취임식 자제’. 민선 9기 단체장 취임식의 특징이다. 전 시장은 아예 취임식을 생략해 그중 도드라졌다. 그는 지난 1일 간단한 취임 절차만 밟고는 곧바로 부산 ‘민생 100일 비상조치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하지 않고도 얻을 건 다 얻었다. ‘예산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확실히 던지고 민생 행정 의지도 알렸다. 전날 시장 인수위원회가 부산시 순세계잉여금이 80억 원뿐이라고 한 발표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순세계잉여금은 살림하고 남은 돈이다. 덤으로 언론 주목도 한껏 받았다.

울산시장 취임식도 간소하게 치러졌다. 취임식을 마친 김 시장은 직원들과 오찬을 마친 후 덕하 공영차고지에서 126번 시내버스를 타고 시민 일상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취임사 핵심인 ‘시민 주권 시정’에 맞춘 행보다. 126번 버스는 2024년 시내버스 노선 개편 때 폐지됐는데 김 시장이 취임 첫날 즉시 복원해 다시 달리게 됐다.

재선 단체장이 된 박 지사는 각계 인사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취임식에서 도민과 함께 경남 대도약을 이루겠다고 선포했다.


지난 1일 부산시청에서 전재수 부산시장 주재로 열린 ‘민생 100일 비상조치 대책회의’는 부산시 공식 유튜브 채널로 실시간 생중계됐다. 부산일보DB 지난 1일 부산시청에서 전재수 부산시장 주재로 열린 ‘민생 100일 비상조치 대책회의’는 부산시 공식 유튜브 채널로 실시간 생중계됐다. 부산일보DB

소통, 소통, 또 소통

민선 9기 들어 부울경 시·도민은 시청이나 도청에서 벌어지는 일을 휴대폰으로 확인할 기회가 부쩍 많아졌다. 1980년생으로 40대인 김 시장의 SNS 활용법은 전국적으로도 화제다. 김 시장은 시장직 인수위 출범 후부터 모든 회의를 유튜브 ‘김상욱TV’로 실시간 중계했고, 취임하고는 업무 시작 전에 ‘신문 읽어주는 시장’ 코너를 운영하며 시민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실국장 회의도 울산시청 TV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시정 운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시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공론화를 이끌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도 “요즘 김 당선자의 공개회의 볼만합니다”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전 시장도 부산시 유튜브 채널 ‘부산튜브’와 개인 계정을 모두 활용한다. 전 시장은 취임 첫날 ‘민생 100일 비상조치 대책회의’부터 부산튜브로 생중계했다. 이 자리에서 “모든 회의 공개” 원칙을 밝혔는데, 지난 9일 첫 확대간부회의, 뒤이은 실·국 업무보고도 부산시 홈페이지와 청내방송으로 공개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박완수 경남지사가 지난 1일 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39대 경남지사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재선에 성공한 박완수 경남지사가 지난 1일 도청 신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39대 경남지사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척 하면 척 vs 아직 낯선 그대

4년은 짧지 않다. 20대부터 공직을 경험한 ‘행정 달인’ 박 지사는 첫 임기 때 경남도 공무원을 충분히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사 보고에 들어갈 때마다 긴장해야 한다는 직원들도 박 지사 스타일에 익숙해졌다. 박 지사 재선 취임식 때 흥미로운 일도 있었다.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박 지사에게 ‘동주공제’(同舟共濟)라고 적힌 서예작품을 선물한 것이다.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의미. 도정 운영 과정에서 직원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지는 참여형 노사협력 체계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뜻을 담았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울산시청 직원 대부분에게 김 시장은 아직 낯설다. “저한테는 협박으로 들립니다.” 첫인상부터 강했다. 인수위 시절 한 부서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들은 김 시장 반응이 SNS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시청 공무원들 사이에 긴장과 부담이 감돌았다. 영상에는 해당 공무원을 향한 비난 댓글도 잇따랐다. 김 시장은 ‘김상욱TV’ 등을 통해 공사 구분을 분명히 하고 싶다는 시그널도 수시로 내비친다. 업무 시간 후 이동을 위해 개인 차량을 구매하고, 개인 유튜브 채널도 혼자 진행한다.

전 시장을 그냥 ‘재수’로 칭하는 사람이 많다. 예의 없는 게 아니다. 부산에선 성 빼고 이름만 부르면 친근감의 표현이다. 특히 정치인에겐 큰 장점이다. 부산 북구에선 국민의힘 사람들도 전 시장과 잘 지낸다고 얘기할 정도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성품 덕이다. 얼마 전 출근하던 부산시 공무원들이 낯선 상황을 마주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전 시장이 공무원들을 맞이한 것이다. 하루는 저층부 엘리베이터, 다음 날은 고층부 엘리베이터 앞에서였다. 하지만 전 시장과 시 공무원들은 아직 서로 ‘탐색 중’이다. 이런 상황은 첫 직원 인사에서도 슬쩍 확인된다. 이번 시 고위직 인사 때 전 시장은 전임 시장 측근 기용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냉정하게 보면 전 시장 측이 아직 시청 내 피아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도 보인다.


지난 1일 취임한 김상욱 울산시장이 2024년 시내버스 노선 개편으로 폐지됐다가 이날부터 노선 운행을 재개한 126번 버스에 탑승해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1일 취임한 김상욱 울산시장이 2024년 시내버스 노선 개편으로 폐지됐다가 이날부터 노선 운행을 재개한 126번 버스에 탑승해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원점 재검토’ ‘정중동’ ‘한걸음 더’

부울경 단체장 3인의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은 업무 스타일이다. 김 시장 행보 하나하나에 연일 울산이 들썩이고 있다. 시내버스 개편, 트램 재검토, 시 금고 문제…. 저 일이 뒤집어질 일인가 의구심도 들지만, 어찌보면 울산을 진짜 바꾸고 싶은 모양이다. 트램 문제는 단박에 전문가와 주민 간 의견이 엇갈리는 핫 이슈가 됐다. 2029년 개통 목표로 차량 계약까지 진행된 상황인데 ‘재검토 카드’를 내밀었으니 그럴 수밖에. ‘교통대란, 사업비 증가, 운영 적자 등 시민 불편이 뻔한데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김 시장 입장이다. 향후 경과가 주목된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전 시장의 첫출발은 노련해 보인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부산이 소외됐다는 비판은 아픈 지점일 수 있다. 하지만 전 시장은 “와 우리는 안 주노 해버리면 답이 없다. 부산은 이미 해양중심도시로 방향이 정해졌고, 여러 가지를 받았다’’고 유연하게 넘긴다. 그럴 땐 특유의 진지함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북항돔구장, 라스칼라 공연, 퐁피두 등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이나 전임 시장 사업들에 대해서는 한걸음 물러나기도 한다. 전 시장은 “전임 시장이 했기 때문에 무조건 백지화시키는 일은 없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3대 메가 프로젝트 영남권 투자 규모 312조 가운데 알짜는 경남이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지사도 “정부의 이번 투자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는 옳지 않다”고 평가한다. 이번 프로젝트 참여 기업들이 이미 경남과 관련이 있는 만큼 실제 투자 실행률은 경남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부울경 통합 관련해서도 박 지사가 키를 쥐고 있다. 그는 마창진 통합을 주도한 인물로 통합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평소 부울경이 완전히 하나의 지자체가 되는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반면, 전 시장과 김 시장은 기존 지자체를 두고 별도 기구인 특별연합을 이루는 메가시티를 주장하고 있다.


김영한 논설위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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