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원픽] 남들이 늦다고 할 때 제자로 받아준 참스승

지휘자 금난새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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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 지휘자. 필자 제공 금난새 지휘자. 필자 제공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가족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 선생님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만난 한스 마르틴 라벤슈타인(Hans-Martin Rabenstein) 교수는 원래 오페라 지휘자로 활약하다 40대 중반에 지휘 교수가 되었다. 1974년 당시 27세에 베를린에 도착한 나는 지휘를 배울 수 있는 계기를 얻기 위해 베를린 국립음대(당시 명칭은 서베를린 예술대학)로 무작정 찾아가서 라벤슈타인 교수를 알게 됐고, 연락처를 받았다.

“구텐 모르겐!”(Guten Morgen, 안녕하세요) 전화 너머 들려온, 라벤슈타인의 힘차면서 맑은 목소리에 호감이 갔다. “한국에서 온 지휘 공부를 희망하는 금난새라고 합니다”라고 했더니 바로 다음 날 오후 자기 집으로 오지 않겠느냐고 했고, 나는 작은 호숫가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라벤슈타인은 ‘나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피아노를 한두 곡 치고, 청음 테스트, 그리고 지휘를 해 보라고 했을 때 대가 앞이라 주저하면서 “여긴 오케스트라가 없는데요”라고 했더니, “오케이, 제가 오케스트라입니다. 아까 쳤던 베토벤 소나타를 쳐 볼 테니 지휘해 보세요!”라고 말하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만큼 재치 있는 분이셨다. 이어 그는 “너무 늦은(27세) 감이 있지만, 한국으로 가지 말고 다음 학기에 시험을 준비해 보라”고 권했다.

시험은 10개 항목 중 3개가 미달해 입학이 좌절됐다. 당연히 실망하는 내 표정을 보고 그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면서 “미스터 금, 누구도 네가 실패한 1974년에 관심이 없을 거요, 어쩌면 네가 성공했을 때 관심이 있겠지?” 그러면서 시간이 없으니 지휘 수업에 청강생으로 들어와서 공부하라고 격려했다.

15년 전 독일 베를린의 한스 마르틴 라벤슈타인(왼쪽) 교수 자택을 방문했을 때 함께 찍은 사진이다. 금난새 제공 15년 전 독일 베를린의 한스 마르틴 라벤슈타인(왼쪽) 교수 자택을 방문했을 때 함께 찍은 사진이다. 금난새 제공

그다음 학기엔 정식으로 합격했다. 라벤슈타인은 매우 밝고 긍정적인 태도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6년간 공부하는 동안 그는 나에게 ‘음악 아버지’였고, 나아가 독일은 나의 ‘음악 나라’가 되었다. 이후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제5회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입상 기념으로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는 영광과 기쁨을 내 나이 30세(마지막 참석 기회)에 맞이하게 됐다.

삶에는 늘 좌절과 절망이 찾아오지만 “아무도 너의 실패에 관심 없단다”를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곧 80세가 되는 올해도 좋은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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