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짱 도루묵’, 어떤 사연의 물고기일래…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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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두고 여러 속설 있지만 학술적 규명은 안돼
허균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 통해 단서 확인
맛·영양 만점…고단백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
오메가-3·불포화지방산 풍부…남녀노소에 인기
생산량 급감…명태처첨 동해안서 사라질 위기

도루묵과 도루묵 구이.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도루묵과 도루묵 구이.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이 있다. ‘열심히 공들여 노력한 일이 아무런 보람없 이 쓸모없게 되었을 때’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도루묵이라는 특이하고 왠지 모를 사연이라도 있을법한 이 생선은 어쩌다가 속담 속 주인공이 됐을까.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은 ‘수산경제리포트(5월 1주차)’ 발행본에서 <‘말짱 도루묵’, 어떤 사연의 물고기인가>를 통해 ‘말짱 도루묵’의 어원, 유래에 대해 짚었다.

이에 따르면 도루묵은 매년 11~12월의 겨울철, 강원도에서 어획되는 제철 별미 생선이다. ‘도루묵’의 어원을 두고는 여러 속설이 있으나, 어느 문헌에서도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학술적으로 규명된 바는 없다. 다만 유명한 민담으로 허균이 쓴 도문대작(屠門大嚼)1)을 통해 단서를 확인할 수 있다.

피난길에 오른 어느 왕이 묵어(혹은 목어)를 먹었는데, 이렇게 맛있는 생선의 이름이 너무 형편없는 것을 불쌍하게 여겨 앞으로 '은어'로 부르도록 했다. 그런데 환궁한 뒤 이 생선 맛이 떠올라 다시 먹어봤는데, 예전만큼 맛있지가 않아서 “도로 묵어(후일 ‘도루묵’)라고 하라”라고 명했다.

이것이 도루묵의 유래이고, 당시에 명명(命名)한 왕은 임진왜란을 겪은 선조라고 추측할뿐 정확하진 않다.

그런데 도루묵은 정말로 맛이 형편없는 생선일까.

겨울철 산란기의 도루묵은 뱃속에 알이 가득하다. 소금으로 간을 한 구이나 고추장 양념으로 조림을 만들어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알이 톡톡 터지고, 담백하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생선 중에서는 비린내가 거의 없고 살도 연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도루묵은 열량이 100g당 113kcal 정도 되는데, 비슷한 영양 성분을 지닌 연어가 100g당 208kcal 정도인 것에 비하면 고단백 저칼로리로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두뇌발달에 효과적인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DHA, EPA 등)도 풍부하다. 도루묵 100g당 DHA는 709mg으로 가을철 고소한 맛의 대명사인 전어보다 2배나 많고, EPA는 523mg으로 갈치에 비해 2배 풍부하다.

또한 양질의 불포화지방산도 함유해 심혈관질환과 성인병 예방, 청소년의 기억력과 학습능력에 도움을 주는 등 맛과 영양이 가득한 생선이다.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수산경제연구원 제공

하지만 이렇게 맛있고 영양 만점인 도루묵은 명태처럼 동해안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환경오염 등으로 알배기 도루묵의 자원량이 점점 감소하고 있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서식처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도루묵은 2019년 3066t(톤)에서 2020년 5114t으로 증가한 이후 2021년 2760t, 2022년 1408t, 2023년 611t으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도루묵 생산금액 역시 2020년 106억 원에서 2023년 43억 원으로 계속 줄어들어 어가의 수입 감소와 서민들의 밥상 물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산경제연구원은 “지금부터라도 지속 가능한 도루묵 생산과 후손들에게 양질의 단백질 식량을 물려주기 위해 미성어 어획 금지, 바다숲 조성을 통한 산란장 확보, 종묘 생산과 방류 확대, 남획 자제 등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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