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사상’ 서른 돌… 부산문학 넘어 한국문학 꿈꾼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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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문단의 권위주의에 반기
김언 등 주목받는 신인 발굴
22일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22일 부산일보 소강당에서 <시와사상> 창간 30주년 기념 ‘포스트휴머니즘과 신유물론의 시학’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22일 부산일보 소강당에서 <시와사상> 창간 30주년 기념 ‘포스트휴머니즘과 신유물론의 시학’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다.

시 전문 계간지 <시와사상>이 2024년 여름호로 창간 30주년을 맞이했다. 창간 당시 부산 문단에서는 모두가 1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시 전문잡지 판매로 인한 수입은 거의 없었고, 부산에서 창간된 시문학 잡지 중 1년 이상을 버틴 경우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와사상>의 창간 30주년은 지역이 만든 작은 기적과도 같은 일로 평가된다. <시와사상>은 22일 부산의 시인들이 대거 모여 축하하는 가운데 부산일보 소강당에서 창간 30주년 기념 ‘포스트휴머니즘과 신유물론의 시학’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시와사상> 서른 살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 본다.

창간 당시에는 시문학 전문잡지가 서울에 집중되어 부산 지역의 시인들은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얻기가 어려워 서울에 줄을 대야만 했다. 이에 반기를 들고 정영태, 김경수, 송유미, 박강우, 이근대 시인 등이 힘을 합해 1994년 시 전문 계간지를 창간한 것이다. 1992년 대구의 <시와반시> 다음으로 창간된 전국에서 2번째로 오래된 지역 시 전문 계간지였다. 세련된 문학적·예술적 작품을 추구해 모더니즘의 지평을 열겠다는 노선도 당시 문단 분위기와는 달랐다.

<시와사상> 창간사에는 당시의 사정이 잘 나타나 있다. ‘모든 시와 예술에 있어서 중앙문학과 지방문학의 이분법은 있을 수가 없다. 중심적인 위치와 주변적인 위치도 있을 수가 없다. 우리는 부산지방-소외된 문학이라는 고정관념에 승복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시를 쓰고 예술을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서 세계적인 사건이지, 좁은 의미의 지역적인 사건이나 국지적인 사건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산의 시인들은 담대한 포부를 밝혔다. ‘<시와사상>은 그 자체로서 중앙문화/지방문화에 대한 항체가 될 것이며, 건강한 문화와 예술의 토양이 될 것이다. <시와사상>은 부산 지역의 시 전문계간지가 아니라, 한국문학 그 자체이며, 세계적인 사건으로 성장하기를 꿈꿀 것이다.’


<시와사상>이 창간 30주년을 맞이했다. 시와사상 제공 <시와사상>이 창간 30주년을 맞이했다. 시와사상 제공

<시와사상>은 오로지 실력 위주였다. 특히 부산·경남의 유능한 젊은 신인들과 함께 전국에서 역량은 있으나 조명받지 못한 젊은 시인들을 집중 조명하며 발굴하는 데 힘썼다. 유명 문학잡지들의 섹타주의와 문학 권위주의 또는 귀족주의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평론을 게재해 중앙 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시와사상>은 신인 배출에 엄격할 정도로 공정을 기한 결과 신인상을 통해 김언, 박지웅, 안효희, 김예강 등 주목받는 젊은 시인들을 발굴해 냈다.

하지만 재정 상태는 취약해 그동안 세 번이나 폐간 위기가 있었다. 그때마다 지평·빛남·소명·동남기획·세종출판사 등 지역의 여러 출판사 대표들이 실비로 출판해 준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제도와 부산문화재단의 지원 프로그램도 기사회생에 큰 도움이 됐다. 열악한 재정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2005년에 ‘시와사상사’ 출판사를 만들게 된다. 이곳에서 <시와사상>을 비롯해 시집 35권, 수필집과 이론서 등을 발간해 오고 있다.

김경수 발행인은 “시 전문잡지 창간은 쉬우나 30년 이상 유지하며 발간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시와사상>은 전국의 문단에서 주요한 시 전문잡지가 되었지만 재정악화로 폐간하는 일은 일은 너무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시와사상>이 장수하도록 부산문화재단을 비롯한 부산시의 지속적인 성원과 지원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2011년 봄호부터 지금까지 특집 기획을 맡은 김혜영 시인, 문혜원 아주대 교수, 이재복 한양대 교수, 김남석 부경대 교수가 발제와 토론 등을 맡았다. 창간 30주년 특집은 심포지엄 내용과 함께 가을호에 나간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부산 지역 시인들과 심포지엄 참가자들이 <시와사상> 창간 30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부산 지역 시인들과 심포지엄 참가자들이 <시와사상> 창간 30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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