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카메라 해킹해 촬영한 사생활 영상, 불법 사이트 대거 유포

입력 : 2024-08-03 11:50:00 수정 : 2024-08-04 15:32:23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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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펜션 등에 설치된 카메라 해킹
중국 불법 사이트 등에 180여 건 유출
대다수 피해자 인지 못 한 것으로 추정
저렴한 해외 직구 제품 경각심 가져야

가정집과 펜션 등에 설치한 IP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 해킹 등으로 유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가정집과 펜션뿐 아니라 병원과 회사 등에 설치된 IP(인터넷 프로토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 대거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메라를 해킹해 여성들이나 연인들 사생활 등을 편집한 영상이 불법 사이트에 대거 유포돼 논란이 되고 있다.

3일 경찰 등 수사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국내외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 등에 관련 영상 180여 건이 유포됐다.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촬영된 영상들은 IP 카메라를 해킹하는 방식으로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영상에는 여성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과 민감한 연인들 모습 등이 담겼다. 가정집뿐 아니라 펜션 수영장, 코인 노래방, 병원, 회사 사무실 등에서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이 유포됐다.

한 피해자는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년 넘게 촬영된 영상 30여 건이 유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촬영 영상이 주로 게시되는 중국 한 사이트는 영상을 1개당 10~15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영상이 빠르게 유포돼도 영상에 나오는 대다수는 피해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영상이 게시된 사이트를 수사 중인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측은 “현재까지 IP 카메라 영상 유출 피해자 신고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IP 카메라는 어린 자녀와 노인, 반려동물 안전 상태를 살피거나 범죄 예방을 위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정보 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중 9.5％가 ‘개인적 일상생활 공간에서 CCTV와 IP 카메라 등 영상 감시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IP 카메라는 유·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거나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외부 접속이 차단된 CCTV보다 설치가 간편하며 비용도 저렴하다.

단점은 보안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2019년 2월 정부가 IP 카메라를 구입하면 초기에 비밀번호를 변경해야 제품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국내에 정식 출시된 제품만 대상이라 해외 직구 제품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번에 유출된 영상들도 대부분 중국산 IP 카메라에서 찍힌 것으로 추정된다. 한 영상 상단에는 ‘23번 인터넷 카메라’라고 중국어로 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저렴한 제품 등을 사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보안 사고는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외 직구로 구입한 제품은 특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