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총체 위기 속 ‘쇄신’·‘단합’ 목소리 높이는 박형준
시도지사협의회 3일 “윤 대통령 국정쇄신·한 대표 당정일체” 입장문 주도
지난달 말 같은 취지의 입장문 첫 발표한 당 중진 모임도 먼저 제안
당정 위기, 예산 정국 속에서 부쩍 중앙서 존재감 부각 ‘눈길’
당정 갈등과 최악의 지지율 상황 등 여권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국정 쇄신’과 ‘당정 단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연일 발신하며 중앙 정치권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로 구성된 시·도지사협의회는 3일 입장문을 내고 현 위기 타개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박 시장은 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이번 입장문 발표를 주도했다. 협의회는 입장문에서 “국회를 장악한 야당은 이제 대통령 탄핵까지 거리낌 없이 시도하며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과 당내 불협화음은 당원과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면서 국정 동력을 저하해 집권 세력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 적극적인 국민과의 소통 및 국정 쇄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협의회는 가감 없는 국민 의견을 전해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한 대표를 향해선 “패권 싸움으로 비치는 분열과 갈등의 모습에서 벗어나 당정 일체와 당의 단합에 역량을 집중해주길 바란다”며 협의회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협의회는 지방정부의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해 정상 정치 복원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의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당 중진들의 첫 입장문 발표에도 함께 했다. 중진들 역시 김건희 여사 문제 등 국정 발목을 잡는 각종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동시에 여권 내분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기현·나경원·권영세 의원 등이 참여한 이 모임 역시 박 시장이 먼저 제안해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 측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당정이 국민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당 중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다른 정치적 의도라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통합이라는 화두는 박 시장의 지향점이자 특장점이기도 하다. 그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여러 갈래에 찢어져 있던 보수진영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보수·중도 빅텐트를 표방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탄생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박 시장은 최근 우리 사회 상부 구조를 장악한 서울 강남 출신 엘리트들이 그들만의 의식을 공유하며 사회를 수직적으로 왜곡해왔고, 그 결과 서울 일극주의와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이른바 ‘강남 감각 지배사회’라는 민감한 화두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여러 모양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박 시장의 최근 행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시장 3선’과 ‘더 큰 목표’ 사이에서 ‘워밍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마침 예산 정국이 시작되면서 박 시장의 서울행은 한층 잦아질 전망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