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남도 소청심사위 “통영시의회, 집행부 강제 파견 인사는 위법”
사무국 직원 인사 명령 취소 청구
소청심사위 4일 회의 ‘인용 결정’
경찰 ‘의장 직권남용’ 수사도 속도
속보=지방의회 인사권 갈등을 둘러싼 보복성 인사에 집행부로 강제 파견된 경남 통영시의회 사무국 6급 공무원(부산일보 10월 21일 자 11면 등 보도)이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도 소청심사위원회가 당사자 동의 없는 인사교류에 대해 ‘위법’ 판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직권 남용’으로 고발된 시의회 배도수 의장에 대한 경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도 소청심사위는 4일 오후 회의를 열어 통영시의회 6급 공무원 A 씨가 시의회 배도수 의장을 상대로 낸 인사명령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소청심사는 공무원 처분에 대해 부당함을 다투는 절차다. 소청위가 청구를 인용하면서 A 씨를 집행부로 전보시킨 지난 7월 10일 자 통영시 인사명령은 무효가 됐다. 결정서가 도착하면 시의회와 통영시는 A 씨를 사무국으로 복귀시켜야 한다.
소청인이 불복할 경우,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행정소송을 제기해 한 번 더 잘잘못을 따져볼 수 있다. 하지만 피소청인(처분청)은 현행법상 이의를 제기할 수단이 없다.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건의 발단은 통영시가 지난 7월 9일과 10일 단행한 4·5급 16명, 6급 이하 245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였다. 여기엔 시의회 사무국 소속 5급 1명, 6급 2명, 7명 1명 집행부 파견근무도 포함됐는데, 이 중 2명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파견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제27조의5 제4항)은 ‘인사교류를 하는 경우 본인 동의나 신청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사에 앞서 행정안전부 질의를 통해 위법 소지를 인지한 사무국은 배 의장에게 불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배 의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담당 팀장과 국장은 집행부에 보낼 공문 결재를 거부했다. 그러자 배 의장은 결재 계통을 무시한 채 직권으로 부동의자 2명을 포함한 사무국 직원 4명 파견을 통보했다.
이를 두고 의회 인사권 독립을 둘러싼 현 시장과 전 의장 간 갈등의 연장선에서 전임자 측근을 찍어내기 위한 보복 인사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야당과 공무원 노조가 규탄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A 씨는 “인사권자와 맞서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부당한 처분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심정으로 꿋꿋이 버텼다”며 “잘못된 전횡과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회가 인사권을 확보한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불거진 인사 관련 갈등 사례 중 피인사권자의 손을 들어준 첫 판정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배 의장에 대한 ‘직권남용’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광호, 김혜경, 배윤주, 최미선 의원은 지난 9월 통영경찰서에 고발장을 냈다. 배 의장이 인사권을 남용해 위법적 인사를 강행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고발인 대표인 정광호 의원 조사를 마친 경찰은 소청심사 결과를 기다려 왔다. 형사 처벌을 위해선 행정적 측면에서 정당한지, 부당한지부터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소청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만큼, 경찰도 이를 기준으로 형법 저촉 여부를 살필 계획이다. 형법 제123조에서 정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0년 이하 자격정지,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경찰 관계자는 “소청심사 결정 서류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인사 담당자와 당사자 등 관련자 조사가 마무리되면 피고발인(배도수 의장)과 일정을 조율해 소환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