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기름 섞어 먹이면 개가 자라지 않는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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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 / 이종묵

개에 대한 옛사람들의 기록
스스로의 행실 성찰에 목적
살아 있는 모든 존재 사랑해야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를 통해 개에 대한 옛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사진은 삽살개의 모습이다. 부산일보DB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를 통해 개에 대한 옛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사진은 삽살개의 모습이다. 부산일보DB

‘주인이 문을 나서면 개도 쪼르르 뛰어 앞서가면서 한 걸음에 한 번 돌아보고 두 걸음에 두 번 돌아보아 차마 떠나지 못할듯이 한다네. 주인이 문에 들어오면 반드시 옷자락 끝에 붙어 빙빙 돌면서 왼편에서 뛰고 오른편에서 뛴다네. 마치 주인이 그리웠다는 듯이, 주인을 지키려고 했다는 듯이.’ 조선 후기 장혼이라는 분이 남긴 글이지만, 사실 너무 많은 이가 공감하는 내용이다. 이러니 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칙이라는 문인은 ‘나도 처음에는 개가 주인을 좋아하는 것이 동물의 천성이라 여겼지만, 이제 보니 배부른 것을 구하기 때문이지 그 주인을 사랑할 줄 알기 때문은 아니다’라는 반론을 남겼다. 그는 개를 싫어했던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연군’(戀君)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벼슬길에 매달리는 소인배를 비판하기 위함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쉽게 변하지 않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에는 개에 대한 글 31편이 실려 있다. 못해도 100년 전 개에 대한 옛사람들의 글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읽고, 저자의 생각을 덧붙이고 있다. ‘개망나니’, ‘개 같은 경우’ 등 ‘개’가 들어가 좋은 의미가 별로 없다. ‘술만 먹으면 개가 된다’나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개’로 넘어가면 말 못 하는 개 입장에서도 억울하기가 짝이 없다. 조선 시대에 집에서 기르는 소, 말, 돼지, 양, 닭, 개 등 여섯 짐승을 육축(六畜)이라 했는데, 그중에서 개를 가장 천하게 여겼다. 개는 조선 시대에도 가장 흔한 욕설로 쓰였다. 왜 개만 가지고 그럴까.

옛글에는 사람보다 나은 개가 많았다. 우애가 있는 개, 다른 새끼를 거두어 키운 개, 어미 개에 대한 효심을 가진 개, 어미 개의 원수를 갚은 개, 불심이 있어 죽고 나서 사리가 나온 개, 주인의 목숨을 구하고 죽은 개, 억울하게 죽은 주인을 위해 복수한 개, 주인이 죽자 따라 죽은 개….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실학자 이익은 키우던 개를 범에게 잃고 느꺼워서 ‘호확구’(虎攫狗·범이 개를 채가다)라는 글을 지었다. 정범조란 인물의 개 사랑은 더욱 지극해서 역시나 개가 범에게 물려 가자 죽은 개 사체라도 찾고자 하였고, 심지어 범을 잡아 죽일 생각까지 글로 남겼다.

실학자 이규경이 <오주연문장전산고>와 <구변증설>에 소개해 놓은 개 키우는 여러 방법은 솔깃하다. 먼저 개를 작게 만드는 법이다. 작은 개가 처음 태어났을 때 바로 오동기름을 밥에 섞어 먹이면 조그마하여 끝내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강아지가 처음 태어났을 때 7일 동안 코끝에다 식초를 바르면 다 사냥개가 된다고 한다. 흑임자 기름으로 새끼 개를 사육하면 검게 변한다 등등이 있다. 그도 직접 이렇게 해 본 것은 아니고 중국과 일본의 문헌에서 인용한 것이니 믿거나 말거나 쯤 되는 것 같다. 옛날에도 개를 작게 만드는 법이 있었다는 것에서 오래된 인간의 욕망을 읽게 된다.

얼마나 개를 좋아하면 이런 책을 썼을까 싶지만 저자는 뜻밖에도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세상 사람들이 개를 좋아하니 옛글을 찾아 사람들이 왜 개를 좋아하는지 이해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옛글을 찾아 보니 사람보다 나은 개가 정말 많았다. 사실 이를 기록한 선인들의 마음은 사람이 개만 못한 현실과 스스로의 행실을 성찰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한 인터넷 서점의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 소개 글 뒤에는 “책 제목을 잘못 지었다. ‘때로는 사람이 개보다 낫다’로 해야 한다”는 ‘웃픈’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는 ‘명반오문’(命班獒文)이라고 개에게 글까지 쓸 정도로 개를 좋아했다. 그런 그도 “무릇 혈기가 있는 것은 사람으로부터 소와 말, 돼지, 양, 곤충, 개미에 이르기까지 삶을 원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마음은 한가지이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혹 우리는, 개는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하고 닭과 돼지, 소는 죽은 것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가슴 뜨끔해지는 말을 던진다. 개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세상이 오기를 함께 기원한다. 이종묵 엮음/돌베개/280쪽/1만 8500원.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 표지.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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