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지역 출판 큰 기둥 ‘해성’ 마무리 기념전
건강 이유로 35년 외길 접어
이달 말까지 창비부산서 전시
부산의 다양한 이야기 소개
부산을 기반으로 서른다섯 해 동안 활발하게 활동해 온 도서출판 해성의 아쉬운 마무리를 기념하는 전시가 이달 말까지 부산역 맞은편 창비부산 작가의방에서 열리고 있다.
김성배 대표는 1989년 부산 중구 중앙동에서 도서출판 해성을 시작했다.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것이 서울·수도권 편중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던 당시에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고 부산의 문학적인 자산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해성이란 출판사 이름은 김성배 대표의 이름 중 ‘성’과 부인 백해숙 씨의 ‘해’ 자를 한 자씩 따서 지었다고 한다.
해성을 시작하자 주변에서는 “1~2년 안에 망하지 않으면 손에 장을 지진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역출판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비출판을 최대한 자제하고 기획출판을 지향했다. 서울을 오가며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을 통해 해성에서 발간한 부산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판매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 결과 기획출판물인 <해성시선>과 <해성소설선>은 전국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뒤 <해성희곡선>을 기획해 문학 전문 출판사로 발돋움했다. 아동문학 저변 확대에도 힘쓰기 위해 <여럿이동화집>과 <여럿이동시집>을 출판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지역 문화 발전과 독서 인구 저변 확대의 선순환구조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문화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독자와 작가 그리고 지역 문학을 연결하는 ‘무작정 떠나는 문학기행’을 비롯해 ‘어린이독서문화체험학교’, ‘여름소설학교’, ‘시가 있는 도시철도’ 등은 부산 지역 독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2000년대 들어 해성은 청소년 종합문예지 <푸른글터>와 소설 전문 계간지 <좋은소설>을 창간했다. <푸른글터>는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그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공간이었다. 학생기자가 직접 기획 및 취재를 진행하고, 전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 소설 등을 공모해 실었다. 부산소설가협회와 함께 발간한 <좋은소설>은 당시 발표 지면의 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 문인뿐만 아니라 중앙 작가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호응을 얻었다.
해성은 무엇보다 부산 이야기에 집중했다. 부산에 관한 이야기라면 언어, 문화, 문학, 역사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는 “부산에서 문학단체들이 무크지나 책을 만들면서 형편이 어려울 때 그걸 다 맡아서 해 줬다. 부산의 문학은 김성배 대표가 농사를 정말 착실하게 지어서 오늘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창비부산 작가의방에는 부산작가회의 김요아킴 회장, 강동수 소설가, 한정기 동화작가, 박창희 경성대 교수가 쓴 해성의 마무리를 아쉬워하는 글도 전시되어 있다.
김 대표는 10일 전화 통화에서 “제가 몸이 안 좋은데, 대신 할 사람이 없어서 문을 닫는다. 반세기는 해야 하는데 몸이 아파서 중간에 그만두게 되어, 지역 출판이 퇴보할까 그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암이 발견되어 항암치료 중에 잠깐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