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15곳 수장 자리 ‘역대급 인사 시장’… “논공행상 안 돼”
내년 3월까지 공기업·협회 인사 예고
공석 수출입은행장 조만간 정해질 듯
기보는 중기부 인사 마무리 후 진행
대대적 인사 놓고 물밑 경쟁도 ‘치열’
금융권 “능력 위주 투명한 인사” 요구
멈춰 있던 금융 유관기관의 기관장 인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 유관기관 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뒤흔들었던 ‘조직개편안’이 철회되고 금융당국 수장들이 새로 자리를 잡으면서 멈춰 있던 금융 공기업 등 유관 기관 인사가 추석 연휴 이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간부급부터 시작해 공공기관장, 협회장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연쇄 인사가 예상되면서 역대급 ‘장’이 섰다는 ‘기대감’이 업계에서 나온다. 물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 정권의 논공행상식 ‘자리 나눠 먹기’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사장 또는 이사장, 협회장 등의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곳은 한국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금융결제원, 서민금융진흥원, 신용정보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8곳이다. 이에 더해 연말까지 예금보험공사, 보험개발원, 금융투자협회, 보험연구원 등의 임기가 만료된다. IBK기업은행과 한국신용정보원은 내년 1월, 한국예탁결제원은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각 수장 자리마다 체급이 다르긴 하지만 숫자로만 보면 내년 3월까지 금융 공기업에 15개 수장 자리가 ‘인사 시장’에 새로 나오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산업은행장이 지난달 정해진 만큼 조만간 수출입은행 인사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은은 윤희성 전 행장이 지난 7월 퇴임한 후 안종혁 전무이사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유력 인사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은행 내부적으로는 자행 출신 행장이 한 번 더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기보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미 김종호 이사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1년째 유임 중이다. 아직 유력 외부 인사에 대한 눈에 띄는 언급은 없고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인사가 마무리돼야 후보군이 거론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사장은 대체로 정부 경제관료 출신들이 많았다. 신보와 예보도 주로 금융·경제 관료가 자리를 맡아왔다는 점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후속 인사와 맞물려 자리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우도 유병태 사장이 2년 연속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D)’ 등급을 받은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6월 물러나면서 3개월째 공석인 상태지만 아직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도 되지 않았다. 다른 금융기관들에 비해 비교적 다양한 범주의 인사들이 사장으로 왔던 만큼, HUG 내부에서는 국토부, 금융권뿐 아니라 건설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 귀를 열어두고 있다. 다만 최근 HUG의 상황이 좋지 않고 전임 사장도 힘든 시기를 보내다 물러난 만큼, ‘뒷수습’을 하러 와야 할 자리를 그리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5일 임기가 끝난 여신금융협회장 자리도 당분간은 정완규 협회장이 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임기 만료 한두 달 전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져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조직개편과 롯데카드 해킹 사태 등으로 인해 회추위 구성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장을 희망하는 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투협 회장의 경우 회원사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통상적으로 회비 납부 기여도에 따라 업계 출신, 대형 금융회사 출신들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최종 인선까지 변수가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이 공공기관에 대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고 지적한 후 신보와 기보, 한국주택금융공사와 HUG의 통합 운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동문인 박상진 전 산은 준법감시인이 산은 회장에 임명되면서 중앙대 출신 인사들의 추가 등용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권의 논공행상 식 자리 나눠 먹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해 정권과 코드가 맞아야 하는 측면을 부정할 순 없지만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인사가 논공행상 식으로 추진된 경우가 많았다”면서 “너무도 상식적인 얘기지만, 능력 위주의 투명한 인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