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 대란’에 국가별, 항공사별 생존 전략 엇갈려
인도 항공유 수출관세 인상…중국 보조금 검토
케세이퍼시픽 등 주요 항공사의 감편도 이어져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계류장 모습. 연합뉴스
이란전쟁으로 인한 ‘항공유 대란’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세계 각국 정부와 항공사들이 다양한 생존 전략 마련에 나섰다. 주요 항공사들은 운임 인상에 이어 운항 감축 등 비상 경영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각국 정부도 항공유 수출 통제, 항공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선언한 가운데 항공유 부족 사태는 유럽을 중심으로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유럽의 경우 일부 공항에서 항공유 소진이 현실화되면서 이르면 3주 안에 ‘항공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지부 올리비에 얀코벡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연합(EU) 에너지·관광 담당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로서는 3주 안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안정적 방식으로 재개되지 않을 경우, 구조적인 항공유 부족 사태가 EU에서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전쟁 이전 1t 당 800달러 수준이던 유럽 항공유 가격은 지난주 1838달러로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일부 공항에서 항공유가 바닥나는 상황이 이미 발생했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풀리아 지방의 브린디시공항은 항공유가 거의 다 소진된 상태다. 이 때문에 브린디시공항에서는 의료, 구호, 정부당국 항공기에만 주유를 하고 다른 항공기에 대해선 출발 공항에서 돌아오는 데 필요한 항공유를 주유하고 와야 한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라아 남부 레지오 칼라브리아공항의 경우 항공기에 주유 상한선이 설정됐고 다른 공항들도 급유 제한 규제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유 대란이 현실화되자 항공사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루프트한자항공은 일부 항공기의 운항 정지를 포함한 ‘비상 계획’ 수립에 나섰다. 스칸디나비아항공은 4월에 1000편의 운항을 취소했고 캐세이퍼시픽항공은 5월 중순부터 6월까지 예정된 항공편 가운데 약 2%의 운항을 취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들도 운항 감축과 ‘비상 경영’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최근 전체 객실 승무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티웨이항공이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지난 2024년 8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티웨이항공은 이번 무급휴직에 대해 최근 운항 규모 조정으로 인한 객실 승무원의 피로도 관리 및 일시적인 업무 부담 완화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전쟁에 따른 타격으로 자금난이 심화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각국 정부도 항공유 수급 불안에 대응해 항공유 수출 통제 등의 정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아시아지역 항공유 공급 국가 가운데 하나인 인도는 디젤과 항공유에 대한 수출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외신에 따르면 인도 중앙정부는 최근 디젤유의 수출관세를 리터당 21.5루피에서 55.5루피로, 항공유 수출 관세를 리터당 29.5루피에서 42루피로 인상했다. 수출관세 인상은 인도 정유사의 석유류 수출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인도는 석유류에 대해 수출관세가 없었지만 이란전쟁 이후 석유류 수급 불안이 시작되자 지난 3월 석유류 수출관세를 도입한 바 있다.
석유류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은 항공사에 대한 자금 지원 등 직접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국적 항공사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대출 지원, 직접 보조금, 영업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세금 우대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중국국제항공,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등 재무부담이 큰 대형 항공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금 혜택 등 정부 지원은 우리 항공사들도 요청하고 있다. 대한항공 등 12개 국내 항공사는 최근 간담회를 열고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지원 패키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항공사들은 중동전쟁 이전 수준의 항공유 가격 안정화 시까지 국내선 항공유에 부과되는 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의 면제, 유류할증료 반영 시기 단축, 미사용 운수권 및 슬롯 회수 유예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