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에 저항한 요산 이름을 딴 문학상, 영광”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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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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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 소감
구병모 작가 장편 소설 <절창> 선정
대중적이지 않은 제목은 은유 의미
새로운 서술 방식…낯설게 하는 효과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자인 구병모 작가. 작가 제공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자인 구병모 작가. 작가 제공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자인 구병모 작가. 작가 제공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자인 구병모 작가. 작가 제공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작인 구병모 작가의 소설 <절창> 20만부 기념판.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작인 구병모 작가의 소설 <절창> 20만부 기념판.

올해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은 구병모 작가의 <절창>이 선정됐다. 이 소설은 상처에 접촉하는 것으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독을 전제하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타인이라는 텍스트를 독해하고자 하는 행위, 그 행위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대한 깊은 성찰로 나아간다. 수상자인 구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먼저 수상 소감을 부탁한다.

“삶도 문학도, 세계의 불의에 저항하고 투쟁하는 자세를 알려주신 김정한 선생님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앞으로도 배워나가는 마음으로 쓰겠다.”


-제목 ‘절창’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이다. 이렇게 제목을 정한 이유가 있는가.

“절창(切創)은 사전에 원래 있는 낱말이다. 다만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분들은 의미가 완전히 다른 절창(絶唱)이 좀 더 친숙할 것 같다. 범죄 수사와 의학 분야에서는 베인 상처를 가리키는 이 단어가 일반적으로 쓰인다. 상처가 중심 화소가 되는 소설에서 제목을 ‘상처’로 하기에는, 이 소설 전체가 품고 있는 은유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상처와 관련된 많은 낱말을 찾다가 그리 대중적이지는 않은 말을 고르게 되었다.”


-첫 장은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말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시작한 의도를 말해달라.

“특별한 의도 없이 자연스러운 소설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썼다.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서술하다 보니 ‘작가의 말’인 줄로 알고 읽어 나가다가 속았다 하신 독자가 종종 있다. 서술 방식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낯설게 하는 효과를 낸 것 같다.”


-남자 주인공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없고 여자 주인공은 이름조차 없다. 배경 설명도 거의 안 나온다. 서술 방식이 특이하다.

“드러내지 않는 것의 드러냄이라고나 할까. 언뜻 말장난 같은데 정말 그렇다. 문학은 때로는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이래서 그랬구나!’라고 개운해진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도 있고, ‘그래서 결국 왜 저러는 건데?’라고 알쏭달쏭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도 있다. 뒤늦게 간간이 떠오르거나 오랫동안 마음을 붙잡는 질문은 후자에 있는 것 같다. 문학은 후자의 경우에 가깝지 않을까.”


-대화로 대부분 내용이 채워졌다. 목소리로 가득 찬 소설인데 이런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실은 서술 어미와 세부 사항만 조금 조정하면 각 장마다 우리에게 익숙한 1인칭 시점의 소설과 다름없다. 1인칭 소설을 상대방에게 혹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술하다 보니 일종의 대화문인 것처럼 보이게 됐다.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맨 마지막 장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어서 기존의 전통적인 1인칭 시점으로 서술했다. 극히 제한된 장소에서 제한된 인물로 사건을 풀어 나가면서 ‘들려주는 말’의 방식을 선택했다. 딱히 그래야만 하는 명확한 의도는 없었는데도 왠지 연극 무대를 보거나 낭독극을 듣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타인을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공감의 노력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선 사업의 이익을 얻기 위해 악의적인 이용 도구로 사용된다.

“사물이나 사람의 몸에 손을 대거나 악수하여 그것이 간직한 기억을 읽어내는 소위 사이코메트리 모티프는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만화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은 보통 타인을 도와준다. 그것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쓰인다면, 그것을 행하는 사람은 어떤 마음이 될까, 그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시작했다. 사실 타인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다만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고자 하는 행위 자체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희망이나 윤리적 태도 영역이 아닌, 본능에 가까운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에서 상처를 내고 상처를 만져 타인을 읽는다. 이 같은 설정이 극단적인 게 아닐까.

“매우 극단적이다. 문학은 극단적인 것, 때로는 과한 것이다. ‘지날 과(過)’ 자를 쓴다. 무언가를 지나치게 넘어가는 것, 어떤 온건한 기준을 초과하는 것. 현실에서는 그와 같은 행위를 통해서는 건강한 관계를 맺기 어려울 것이니 권장하지 않지만, 지나친 것을 통해 우리는 현실을 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심사위원들이 문장을 끌고 가는 능력이 뛰어나며 개성적인 서사의 힘, 문체의 깊이가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단어의 선택과 문체 부분은 오히려 소설을 써오면서 자주 환영받지 못했던 요소이다. 강한 소재, 눈에 띄는 인물,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잘 어울리지 않고 따로 논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들까지 개성이자 장점으로 포용해주셔서 감사하다.”


-소설가들의 소설가로 불린다. 2025년 교보문고에서 소설가가 뽑은 올해의 소설 2위로 <절창>이 선정됐고, 젊은 작가의 롤모델로 꼽힌다.

“젊은 작가들이 10대 중반~20대 초반 사이에 나의 소설을 읽고 성장하며 그렇게 받아들여주는 것 같다.”


-소설마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다. 새 작품은 어떤 시도를 할 것인가.

“이런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의식적으로 다짐하지 않는다. 지금 준비 중인 장편소설은 있다. 다 쓰고 나면, 이 또한 늘 하던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을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쓰고 보니…’라는 식으로.”


-소설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출간 1년 만에 20만 부를 돌파했고, 새로운 디자인의 기념판도 출간했다.

“독자가 여러 가지로 궁리하거나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재미있다. 자세히 드러내지 않기를 선택하다 보니, 밝혀지지 않은 인물의 생각은 어떤 것이었을까, 인물의 과거와 배경은 어땠을까 하며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것 같다.”


-소설 쓰기 말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가.

“재작년에 나의 소설 <파과>가 뮤지컬로 공연됐다. 그 이후 다른 뮤지컬과 연극 무대를 보러 2년 남짓 진주에서 서울로 자주 다녔다.”


-현재 진주에 거주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학교를 다녔는데 지방 거주가 창작 활동에 영향이 있을까.

“가족이 직장을 옮기며 진주로 왔다. 서울에 있을 때도 회사 외에 집 밖으로 나갈 틈이 없어 책과 컴퓨터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에 있었다. 작가는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서 있든 간에 자신이 그곳의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지난여름 ‘원북원부산’ 행사 덕분에 부산을 다녀갔다. 이번에 또다시 좋은 일로 부산에 들를 일이 생겨서 기쁘다. 감사하다.”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자인 구병모 작가. 작가 제공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자인 구병모 작가. 작가 제공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자인 구병모 작가. 작가 제공 제43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자인 구병모 작가. 작가 제공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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