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월세 비중 87%… 위기 내몰린 서민 주거

4월 전체 임대차 계약 72% 월세
2월엔 사상 최고치, 전세 3배 수준
전셋값 치솟고 임대인 선호 뚜렷
취약 계층 주거 정책 틀 바뀌어야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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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에서 중구를 거처 동구까지 이어지는 망양로 산복도로 일대의 원도심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서구에서 중구를 거처 동구까지 이어지는 망양로 산복도로 일대의 원도심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주택 임대시장의 지형이 월세 중심으로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2월 확정일자를 받은 부산 주택임대차 계약 4건 중 3건이 월세(76.7%)일 정도로 월세 비중이 높아졌다. 특히 원도심, 서부산의 월세 비중이 높고 서민층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주거 안정 정책의 패러다임도 월세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계약 1만 3019건 중 월세를 낀 계약은 72.2%(9399건)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월세 비율 62.8%에 비해 무려 10%포인트(P)가량이 오른 수치다. 앞서 2022년 4월 52.3% 수준에서 10%P 올라 62%가 되는 데 3년이 걸렸는데, 1년 만에 10%P가 올랐으니 매우 가파른 수준이다. 지난달 서울의 월세 비중 68.4%보다도 높다. 이사 절정기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 2월에는 부산 월세 거래 비중이 76.7%까지 올라갔다.

이는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앞으로도 월세 비중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부산의 전세와 월세 비중은 반반 수준이었지만, 5년 만에 1 대 3 비율로 지형이 급변했다.

월세 급증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세 매물 품귀로 인한 전셋값 상승과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월세 시장 유입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임대인의 전세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지난해 종전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줄어들고, 다주택자의 경우 이마저도 힘들어진 환경이 임대인의 월세 선호를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주식 호황기를 맞아 목돈은 주식 등에 투자하고 월세를 택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전국을 휩쓴 전세 사기 여파도 여전해 임차인들을 월세로 밀어내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박상만 부산시회장은 “전세 사고 이후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전세가가 공시가격의 126%를 넘어가는 경우 보증을 안 해 준다”며 “대다수 빌라나 다세대·연립의 경우 공시지가가 낮아 이전에는 적정 전세가였던 집이 이제는 HUG 보증이 되지 않아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청년이나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던, 비교적 주거비가 저렴했던 전세 주택들마저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국 기준 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의 월세 비율은 81.5%로, 아파트(51%)에 비해 30%P가량 높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주거 비율이 높은 주택 유형에서 월세 비중이 더 높아 서민층의 주거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부산은 서울 등 수도권의 월세화와는 결이 다른 만큼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 안정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산대 서정렬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부산이 해운대, 수영구, 동래구 이른바 해수동 중심으로 월세화가 급격히 이뤄진다면 서울과 유사한 특징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부산은 대체로 서부산이나 원도심 지역의 월세 비중이 높은 편이고 이는 경제적 여건 때문에 빚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면서 “임대인 입장에서도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에서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 반전세, 월세로 바꾸는 경우가 많고 이는 결국 서민층인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기준 부산 16개 구·군 중 전·월세 중 월세 비중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중구(87.2%)였고, 다음이 사상구(85.1%), 서구(83.3%) 순이었다. 반대로 월세 비중이 낮은 지역 1위는 강서구(43.6%), 2위가 해운대구(65.4%), 3위가 동래구(65.8%)였다.

임대 시장의 지형 자체가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정부 주거 안정 정책 또한 월세 비중을 높여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교수는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전국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을 발표하고 주요 데이터로 축적하고 있는데, 월세와 관련해서도 공공데이터를 심층적으로 생산·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HUG 또한 임차인이 월세를 내지 못한 경우 임차료를 대신 내주는 지급보증과 청년 전용 보증부 월세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월세 세입자를 위한 주거 안정 지원책도 적극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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