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끼깡꼴끈’이 뭐길래… 부산 대연터널 위 괴문자에 ‘시끌’

부산시설공단, 지난 21일 해당 문구 설치
공공디자인 개선 취지에 "뜬금 없다" 비판
박형준 시장이 강조한 덕목, 과잉 충성 지적도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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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연터널 위 '꾀끼깡꼴끈' 글자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부산 대연터널 위 '꾀끼깡꼴끈' 글자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인 부산시설공단이 도심 터널 입구에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괴문구’를 설치했다가 논란이 일자 이틀 만에 문구를 가려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글귀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평소 공무원이 가져야할 덕목으로 강조해 온 것이어서 공단이 시민 혈세로 과잉 충성을 하려다 빚어진 사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21일 부산 남구 대연동 도시고속도로(번영로) 대연터널 입구 위에 ‘꾀·끼·깡·꼴·끈'이라는 대형 문구를 설치했다. 문구 설치에는 수백만 원의 예산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5만 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하는 도심 터널 입구에 언뜻 이해하기 힘든 문구가 뜬금없이 설치되면서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이게 뭐냐”는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밑도 끝도 없는 문구에 어리둥절해 하다 사고가 날 뻔했다”는 운전자도 있었다.

해당 글귀는 박형준 시장이 올 초 시무식에서 공직자가 지녀야 할 다섯 가지 덕목으로 언급한 것이었다. 당시 박 시장은 “공적 선의를 가진 존재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선 꾀(지혜), 끼(에너지·탤런트), 깡(용기), 꼴(디자인), 끈(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부산시 산하 공무원들끼리만 돌려보면 될 이야기를 터널 위에다 왜 예산을 들여 붙여놓았느냐" "부산시설공단의 용비어천가" "흉물이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문제의 글자를 천막으로 가려 놓은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논란이 확산하자 문제의 글자를 천막으로 가려 놓은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파장이 확산되자 해당 문구는 현재 천막으로 가려진 상태다. 공단 측은 내부 회의를 통해 조만간 철거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공단 측이 시민 정서는 아랑곳없이 박 시장에게 과잉 충성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산하 출자·출연기관과 공사·공단의 경영 효율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관례적으로 1년 임기를 연장해왔던 산하 기관장에 대해서도 엄정한 심사를 거쳐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시는 공공기관장 성과평가에 반영하기 위해 이달부터 산하 19개 공공기관장을 대상으로 하는 역량평가 설문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해당 문구는 시설물 공공디자인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설치됐으며, 좋은 의미가 함축적으로 전달되는 문구를 찾는 과정에서 주철환 작가의 ‘시간을 디자인하라’는 책에서 나온 문구를 사용한 것”이라며 “박 시장 발언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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