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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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해수욕장에 가면 미포 쪽에 길이 120m 돌제(突堤)가 있다. 돌출된 방파제란 뜻이다. 동글한 원반 콘크리트 형상들을 방죽 위에 비스킷처럼 쌓아 놓은 희한한 모양이다. 이는 풍향을 바꾸는 게 아니라 보기 좋으라고 해놓은 미관적 배려다. 그런데 실제 이 돌제가 침식되던 미포 쪽 백사장을 40m나 복원시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모래는 원래 수영강과 춘천천에서 공급되는 것이었다. 1960년대 춘천천 복개, 회동댐 보강 등에 이어 1984~88년 수영강 하구 공유수면 매립으로 백사장은 급속히 줄어들었다. 1979년 미포와 동백섬 쪽 직립 호안 공사도 한몫했다. 해변 고층 빌딩들도 병풍처럼 바닷바람을 막아 모래가 해변으로 밀려오는 걸 막는 데 일조했다. 바다처럼 백사장도 극도로 예민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쪼그라드는 백사장에 섬진강 모래를 갖다 부었다. 그러나 10년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요는 물의 흐름을 알아야 했다. 이후 해수욕장 물이 봄여름에는 미포 쪽으로, 가을과 겨울에는 동백섬 쪽으로 흐른다는 걸 파악했다. 두 방향 중 미포 쪽 모래 유실이 훨씬 더 많은데 미포 앞바다 물밑에 모래가 잔뜩 쌓여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제일 먼저 만들어진 게 바로 미포 쪽 돌제다. 그러면 동백섬 쪽에는? 조만간 돌망태를 45m 길이로 물속에 설치할 거란다. 나아가 미포 쪽엔 길이 180m, 동백섬 쪽엔 길이 200m의 물속 방파제, 즉 잠제(潛堤) 설치도 검토 중이다. 그러니까 돌제는 20~30년 이상 해운대 백사장 모래를 유실시키던 물의 흐름을 이제 조금 알았다는 인간 선언에 값하는 셈이다. 지자요수(知者樂水)라 했지만 물을 좋아하기 위해선 정말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다 되는 건 아닐 테다. 장 그르니에의 말처럼 엄청난 공허가 있다는 바다다. 파도야 어쩌란 말인가. 인간을 넘어선 자연 앞에서 겸허히 배워야 한다. 최학림 논설위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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