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산 교통 해소 첫발… 낙동강 횡단 대저·장낙대교 사업 본궤도
국가유산청, 24일 조건부 허가
두 다리 모두 2029년 완공 목표
낙동강을 횡단하는 교량 건설은 부산의 동서 균형발전과 서부산권에 만성화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산시의 핵심 사업이다. 강의 역사성을 살리고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강 양쪽을 더 원활하게 잇는 게 과제였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의 문화재보호구역 현상변경 절차를 매번 넘지 못하면서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서부산권에 신도시가 조성되고 교통량이 많아진 만큼 올해에는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강력히 요구한 끝에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던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으면서 교량 건설 사업은 이제야 본궤도에 올랐다.
■국가유산청 조건부 허가
국가유산청은 24일 ‘제3차 자연유산위원회’를 열어 부산시가 신청한 대저·장낙대교 건설사업에 대한 문화재보호구역 현상변경 신청안을 조건부 허가했다. 시가 약속한 철새 대체 서식지 조성 유지와 지속적인 환경 영향 저감 방안 계획 수립 등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가 대교 건설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지 약 10년 만에 외부 기관 허가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한 것이다. 두 대교는 보상과 실시설계 등을 거친 뒤 착공에 들어간다. 모두 2029년 완공이 목표다.
최근 국가유산청에서 문화재보호구역 현상변경을 허가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면서 이전과 다른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달 열린 ‘제2차 자연유산위원회’에서 일부 위원은 “대교 필요성에 공감하니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대저·장낙대교는 승인하자”는 의견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8일 자연유산위원회의 현장조사장을 찾아 대교 건설 필요성과 철새 서식지 환경 보호 방안 등을 직접 설명하며 심의 통과에 의지를 보였다. 국가유산청이 시의 대책과 설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번에는 낙동강 하류 생태계 보존 방안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판단해 조건부 허가했다는 분석이다.
■철새 서식지 논란으로 지체
부산시는 서부산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대저대교는 2014년, 장낙대교와 엄궁대교는 각각 2018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낙동강 하구 철새 문제로 사업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시가 추진하는 대저·장낙·엄궁대교 건설 예정지는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교량 등 대규모 건설 사업을 하려면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와 국가유산청의 현상 변경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장낙대교는 지난해, 대저대교는 올해 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지만, 철새도래지 대체 서식지와 환경훼손에 대한 저감 방안 등 자료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국가유산청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부산권과 도심을 잇는 교량 사업이 계속 뒤로 밀리면서 사회·경제적 비용만 치렀다. 부산 낙동교와 하굿둑 교량은 교통량이 포화 상태가 됐고 에코델타시티 등 서부산권에 대규모 주거단지는 교량 건설 이전부터 속속 조성되기 시작해 교통 혼잡만 심해졌다. 2028년 강서구 일대 하루 교통량은 20만 대가 넘어 교통 혼잡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는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서부산 주민과 기업 등은 대교 건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더 높였다.
■서부산 교통난 해소 기대
국가유산청의 승인에 힘입어 대저·장낙대교가 조만간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서부산권의 접근성 향상과 교통복지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모인다. 부산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연결하는 대저대교는 8.24㎞ 구간 4차로로 건설되며 낙동강 횡단교량의 교통혼잡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서구 녹산동과 강서구 대저동을 연결하는 장낙대교는 1.53㎞, 6차로로 건설되며 서부산권 접근 도로망 구축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교가 모두 지나는 강서구에는 녹산·미음·생곡 산업단지와 물류가 오가는 거점이기 때문에 교통 수요 분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남아있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과 사상구 엄궁동을 잇는 핵심 교량인 엄궁대교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도 못했다. 엄궁대교는 올 하반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마치는대로 다시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할 예정인데, 다른 대교보다 상대적으로 속도는 늦어질 전망이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는 교량이 들어서더라도 철새 서식지에 영향을 크게 끼치지 않는다는 부산시의 주장만 수용한 것이라며 규탄한 바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엄궁대교 승인 절차도 조속히 진행해 시가 추진하는 대교 건설 사업이 차질이 없도록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