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엔공원 안장 4명의 영국 무명용사 신원 확인… 재헌정식 행사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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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도널드 노티 하사 아들 마이클 노티 씨
"생전 아버지 신원 확인할 수 있어 감격스럽다"
영국군 1106명 한국서 전사… 남은 무명용사 72명

12일 오전 11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신원이 밝혀진 영국 무명용사 4명에 대한 재헌정식이 열렸다. 아들 마이클 노티(가운데) 씨가 아버지 도널드 노티 하사의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 김준현 기자 joon@ 12일 오전 11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신원이 밝혀진 영국 무명용사 4명에 대한 재헌정식이 열렸다. 아들 마이클 노티(가운데) 씨가 아버지 도널드 노티 하사의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 김준현 기자 joon@

“내가 죽기 전에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오늘은 행운의 날입니다.”

6·25 참전용사 고 도널드 노티(Donald Northey) 하사의 아들 마이클 노티(75) 씨의 말이다. 12일 오전 11시 30분께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이날 4명의 영국군 무명용사 신원이 밝혀져 묘비를 바꾸는 행사가 열렸다.

노티 하사는 1950년 6·25 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박격포 소대에서 근무했고 ,1951년 임진강 전투에서 중국군 도하를 저지하다 적군에 의해 희생됐다. 사망 당시 노티 하사의 나이는 24세에 불과했다.

한 살 무렵 아버지와 헤어진 아들 노티 씨는 아버지와 추억이 거의 없다고 입을 열었다. 아버지를 되새길 수 있는 것은 사진이 유일하고 그의 목소리조차 알지 못하는 게 가장 슬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버지 죽음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움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이 이제는 두 번째 조국처럼 느껴진다며 아버지가 지킨 한국이 놀랍도록 발전한 것에 자부심을 보였다. 그는 “이번이 한국에 네 번째 방문한 것”이라며 “한국에서 우리 같은 유가족을 잊지 않고 초청해 줘서 고맙다”고 감사를 전했다.

12일 오전 11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신원이 밝혀진 영국 무명용사 4명에 대한 재헌정식이 열렸다. 김준현 기자 joon@ 12일 오전 11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신원이 밝혀진 영국 무명용사 4명에 대한 재헌정식이 열렸다. 김준현 기자 joon@

6·25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영국 참전 용사 4명의 신원이 70년이 넘는 세월 만에 확인됐다. 유가족이 참여한 가운데 무명용사 묘비가 아닌 그들의 이름이 적힌 묘비가 다시 세워졌다. 영국 국방부는 12일 오전 11시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영국군 무명용사 4명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을 유엔기념공원에 헌정하는 ‘재헌정식’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그동안 무명용사로 알려졌던 영국군 유해 4구의 신원이 73년 만에 밝혀짐에 따라 이뤄졌다. 윌리엄 아데어(William Adair) 상병, 마크 포스터(Mark Foster) 소총수, 패트릭 앵지어(Patrick Arthur Angier) 소령, 도널드 노티 하사다.

아데어 상병과 포스터 소총수는 1951년 1월 중국군을 피해 남쪽으로 후퇴하는 서울 시민을 엄호하는 작전 중 목숨을 잃었다. 앵지어 소령과 노티 하사는 글로스터셔 연대 소속으로 설마리 임진강 전투 중 사망했다.

영국 국방부는 희생자 문서, 편지 등 현존하는 모든 자료를 적극 활용해 신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매장 보고서, 전사자 파일, 목격자 진술, 군 복무 기록, 개인 편지, 의무 기록 등도 동원됐다.

영국 국방부 소속 트레이시 보워즈 씨는 “발굴 위치와 턱뼈 모양, 연령대 등 자세한 기록 덕분에 이들 4명 신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신원 확인 과정을 설명했다.

영국은 6·25전쟁 때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8만 1084명의 전투 병력을 파병했고, 그중 1106명의 장병이 한국 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날 기준 72명의 무명용사가 유엔기념공원에 남아있다. 이들 묘비에는 ‘Known unto GOD’이란 글자가 적혀 있는데, 영국 대사관 측 직원은 “신만이 이들 이름을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국방부는 남은 72명 무명용사의 신원 확인도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이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 소속 니콜라 내시는 “이번 참전 용사 4명의 신원을 밝히고자 5년이 걸렸다”며 “어려운 일이나 남은 무명용사 이름을 되찾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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