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허리·소비주축' 40대가 흔들린다…40대 취업자 41개월째 감소
40대 취업자 비중 21%로 30년 만에 최소
인구급감·제조업 부진에 40대 일자리 ‘직격탄’
40대 가구 소비지출 증가율 1.4%, 2년여만 최저
지난달 4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 급감과 제조업 부진 등 영향으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허리’이자 고용과 소비의 중심축인 40대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40대 취업자 수가 3년 넘게 줄어들면서 전체 취업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30년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40대가 주거, 자녀 양육과 소비 지출을 떠받쳐온 만큼 이들 세대의 위축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1월, 우리나라 40대 취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9000명 줄어든 615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40대 취업자는 2022년 7월(-1000명)부터 41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2015년 11월∼2021년 5월 67개월 연속 줄어든 이후 소폭 회복하다가 다시 장기간 감소세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가운데 40대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1.2%에 그쳤다. 1995년(21.2%) 이후 11월 기준 최소 수준이다.
자료: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
이미 50대와 역전돼 그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40대 취업자 비중은 50대보다 컸지만, 2019년 11월 23.6%로 같아진 뒤 2020년부터는 50대가 앞지르고 있다.
40대 취업자 감소는 인구 감소와도 연관이 깊다.
지난달 40대 인구는 1년 전보다 12만 9000명 급감했다. 40대 인구는 2015년 5월(-5000명)부터 10년 넘게 줄고 있으며, 2022년 12월부터는 10만명대 감소 폭이 계속됐다. 지난달 40대 고용률이 80.7%로 작년보다 1.2%포인트(P) 높아졌지만, 인구가 취업자보다 가파르게 감소하는 탓에 고용률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조업 현장의 중심인 40대가 최근 제조업 고용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줄었다. 인공지능(AI) 도입과 경영 효율화 여파로 대기업들이 희망퇴직 연령대를 40대까지 낮추면서 고용 안정성이 약화되기도 했다.
통상 40대는 생애 주기상 소득이 가장 높고 지출도 가장 많은 세대다.
'2023년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28세부터는 소득이 소비를 초과하며 흑자로 전환되고, 45세에 4433만 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흑자 규모도 1748만 원으로 가장 크다. 40대는 그만큼 한국 경제에서 허리 역할을 해온 핵심 세대로, 주택 구입과 자녀 양육·교육, 내구재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다.
그러나 40대의 고용 위축이 계속되면서 지출도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비농림어가 기준 가구주가 40대인 가구의 지난 3분기(7~9월) 가구당 소비지출 증가율은 1.4%에 그쳤다. 2023년 2분기(1.0%) 이후 9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40대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위아래를 부양하는 세대"라며 "특히 코로나19 전후 주택 가격 상승기에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이들이 많아 가계부채 상환 부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령화로 소비의 주축이 50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탓에 쉽지 않다고 내다본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호봉제 성격의 임금 구조 탓에 50대 중반이면 기업에서 밀려나게 된다"며 "은퇴를 걱정해야 하는 50대가 40대의 소비 역할을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40대 대책은 결국 일자리"라며 "40대는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할 때고, 앞으로 10∼15년은 더 일해야 하는 세대"라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