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육박 환율…국민연금 환헤지 ‘소방수’ 등판 전망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환율 연말 종가 낮추기 총력
지난해 종가 1472.5원
한은, 스와프 물량 확대 대비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500원에 육박하는 원달러 환율 수준을 낮추기 위해 국민연금이 이번 주 초부터 대규모 환헤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연말 종가 기준 환율이 기업과 금융기관 재무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이 특단의 단기 처방을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0일 새벽 야간 거래에서 147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환율은 달러 약세 흐름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 17일 장중 1482.1원까지 치솟아 미국 관세 충격이 거셌던 올해 4월 9일(1487.6원) 이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미 지난달 말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87.1까지 하락,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 말(85.5) 이후 16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당국은 올해 거주자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인 경상수지 흑자를 넘어 과도하게 불어나면서 환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물가 설명회에서 “내부적 요인으로 환율이 불필요하게 올라간 부분이 있다”며 “변동성뿐 아니라 레벨(수준)도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30일 결정되는 환율 연말 종가를 가급적 낮추는 일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연말 종가는 일선 기업과 금융기관 등의 내년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되기 때문에 ‘레벨’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말 종가가 높으면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금액이 늘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신용평가 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 등이 있다.

정부와 한은이 최근 선물환포지션 제도 합리적 조정,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부담 경감, 거주자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 확대, 국민연금 관련 ‘뉴프레임워크’ 모색 등 가용대책을 한꺼번에 쏟아낸 것도 연말 환율 안정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8일 국내 7대 기업 관계자들과 긴급 환율간담회를 소집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12월30일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1472.5원에 달해, 외환위기 때인 1997년 말 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종가는 1년 전보다 낮아질지 아직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평가된다.

정부와 한은의 총력 대응에도 환율이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 가운데 외환시장 ‘큰 손’인 국민연금 역할론에 시장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이 한은과의 외환스와프를 통해 대규모 환헤지에 나설 경우 수급 불균형이 일시 해소되면서 환율이 단기적으로 눈에 띄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전략적 환헤지가 한번 시작되면 상당 기간 대규모로 이뤄지는 만큼 단순히 연말 환율 종가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내년 상반기 시장 안정까지 염두에 둘 공산이 크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한은에 원화를 맡기는 대신 달러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 수요 압력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환헤지는 신규 해외 투자 시 한은에서 가져간 달러를 이용하거나 기존 투자 헤지 시 이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사실상 달러 매도 주체로 나서 결과적으로 환율을 떨어뜨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외환당국은 지난주부터 국민연금 환 헤지 본격화를 공공연히 예고해왔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지난 19일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가 일부 재개된 게 사실”이라며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유연하게 해서, 그에 따른 스와프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초과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도 국민연금 환헤지와 연계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환율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자체 시장개입(스무딩오퍼레이션)도 병행하고 있는 만큼 시장 안팎에서는 당분간 외환보유액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지난 10월말 외환보유액은 4288억2000만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었으며, 11월말 4306억6000만 달러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전문가들의 연말 환율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정부와 한은이 내놓은 각종 환율안정책의 단기 효과를 서로 다르게 예상하기 때문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수출업체 달러 매도를 유도하고 국민연금 환헤지로 현물환 시장 매수 수요를 줄이면 환율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국 노력이 강제적이거나 규제 등이 아니라 권고나 점검 사항이라는 점에서 시장 효과가 아직은 제한적”이라며 “연말 환율은 현재 수준인 1470원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닥터 Q

    부산일보가 선정한 건강상담사

    부산성모안과병원

    썸네일 더보기

    톡한방

    부산일보가 선정한 디지털 한방병원

    태흥당한의원

    썸네일 더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