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보다 센 한일령… ‘한국행’ 오르는 중국인들 [비즈앤피플]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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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신 한국” 한일령이 바꾼 중국인 관광

단체 관광객 무비자 시행에도
중국 관광객 입국 기대 못 미쳐
11월 ‘한일령’ 이후 흐름 급변
한국행 중국 노선 이용객 급증
중국인 인바운드 관광 회복에
백화점·카지노·호텔 등 수혜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점에서 중국인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점에서 중국인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한일령’(限日令·일본 콘텐츠 유입 등에 관한 제한)으로 국내 항공 업계 등의 반사이익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중 항공 노선 이용자가 늘었고 중국인 ‘인바운드’ 관광객 증가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호텔과 카지노 업체까지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졌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에 이어 한일령 수혜로 ‘중국 특수’가 국내 관광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무비자보다 한일령 효과 크다

25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중 노선 승객은 전년 동월 대비 26.2% 늘었다. 지난 10월 한중 노선 승객 증가율(전년 동월비) 22.4%를 넘어선 수치다. 지난달 한중 노선 승객은 전년 동월 대비 27만 9000여 명이 늘었다. 전체 국제선 승객 증가(48만 3000여 명)의 절반 이상(57.8%)이 한중 노선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중 노선 승객 증가의 경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효과보다 한일령 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 11월 7일, 일본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양안관계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존립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중국의 한일령이 본격화됐고 중국의 일본 노선 항공권 50만 장이 취소되는 등 즉각적 영향이 나타났다. 이후 한중 노선 승객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무비자 입국 조치의 경우 ‘중국인 인바운드 확대’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무비자 입국 조치는 지난 9월 29일 시작됐지만 10월 출입국 통계에서 중국인 관광 입국자는 전월 대비 줄었다.

법무부의 ‘2025년 10월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인 입국자 가운데 관광객(B2, 관광통과)은 8만 4275명이었다. 이는 무비자 입국 조치 이전인 지난 9월의 9만 5339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반면 대만인 입국자의 경우 지난 9월 15만 3532명이었던 관광 입국이 지난 10월에는 15만 7571명으로 늘어났다.

한국관광공사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체 외국인 방한객 가운데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6.9%로 전년 동월(24.1%)보다 2.8%포인트(P) 늘었다. 그러나 무비자 입국 조치가 시행된 이후인 지난 10월에는 전체 외국인 방한객 가운데 중국인 비율이 22.6%로 전년 동월(26.4%)보다 3.8%P 줄었다. 반면 한일령 효과가 시작된 11월에는 전체 외국인 방한객 가운데 중국인 비율이 전년 동월 대비 0.6%P 늘어나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일령에 따른 한중 노선 승객 증가는 인천공항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수송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중국 노선 여객은 29% 증가했다. 일본 노선 여객 증가율이 0%, 동남아 노선 여객 증가율이 -12%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 추세다.

김해공항의 중국 노선 승객도 11월 들어 증가율이 높아졌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11월 김해공항 중국 노선 승객은 전년 동월 대비 37.4% 늘었다. 지난 10월의 33.4%와 비교해 증가율이 높아졌다.

항공업계에서 한일령 효과는 증권가도 주목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항공업계와 관련 “중국의 한일령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일본 여행 자제령과 일본 항공편 감편에 들어가면서 한국이 중국인들의 근거리 여행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지난) 11월 중국 노선의 운항 편수는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대도시보다는 지방 노선 위주의 증편이 이뤄지면서 중국인 인바운드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당분간 중국 노선은 공급 대비 수요가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운임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올리브영에서 해운대 호텔까지 수혜

한일령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감은 항공업계를 넘어 호텔, 유통, 카지노업계까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삼정KPMG는 최근 ‘중국 한일령과 한국 호텔 시장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의 한일령이 단기적인 수요 변동을 넘어 한국 호텔 시장 전반을 재평가할 구조적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정KPMG는 중국인 인바운드가 확대될 경우 서울 관광호텔 시장의 객실 가동률과 평균 객실단가가 동반 상승하고, 이는 투자수익률 개선과 자산가치 상승을 동시에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삼정KPMG는 “(호텔) 수요 압력은 서울을 넘어 경기권, 부산, 제주 등 주요 관광, 상업 거점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공급이 제한된 서울은 자산가치 상승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서울 외 권역은 투자 비용 대비 성장 여력이 큰 전략적 지역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도 중국인 인바운드 증가로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판매점 등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세계에 대해 “백화점의 강세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일령, 무비자, 원화 약세 등에 따른 인바운드 모멘텀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4분기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5%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내년 상반기 6~7%까지 확대가 기대된다”면서 “내수, 인바운드에 따른 업황 개선을 현재 실적 컨센서스가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백화점의 컨센서스 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CJ의 올리브영 매출에 대해 “최근 중국과 일본 간 갈등에 따른 한일령 수혜를 인접국인 한국이 누릴 가능성이 높아 4분기 매출은 큰 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향후 중국인 인바운드 매출 증가, 미국 온·오프라인 진출에 따른 글로벌 성과 등이 가시화될 경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매출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카지노 업계도 한일령 반사 수혜로 매출 성장 기대가 높다. 부산 롯데호텔 등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중국과 일본의 ‘VIP 방문객’ 증가에 힘입어 지난 3분기 부산 지점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1.6%나 늘었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GKL에 대해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조치 효과에 더해 최근 중일 관계 악화에 따른 반사 수혜까지 기존 기대치 대비 높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등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 역시 11월 매출이 증가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파라다이스에 대해 “11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점을 포함한) 4개 업장 합산 테이블 드롭액(고객이 게임을 위해 칩으로 바꾼 금액)과 매출액은 각각 6007억 원, 763억 원을 기록했다”면서 “12월에도 보수적으로 카지노 기준 700억 원의 매출액만 기록한다면, 분기 영업이익 300억 원은 무난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호텔과 카지노에 집중된다는 사실은 신용카드 사용 기반 빅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이 부산에서 소비한 신용카드 사용액(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을 구·군별로 살펴보면 특급호텔과 카지노가 위치한 해운대구와 부산진구가 각각 33.3%, 22.7%로 1, 2위를 차지했다.

인천 역시 대형 리조트와 카지노, 인천공항 등이 위치한 중구가 전체 중국인 카드소비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4.6%로 압도적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 인바운드 특수가 부산 등 지역에서 호텔, 카지노 투자 수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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