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 그늘 ‘얼음장 상권’… 해운대도 ‘냉랭’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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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5곳 중 한 곳 꼴 공실
코스피 6000시대 남의 일
소비자는 지갑 닫고 ‘소분’
무인 매장만 하나둘 늘어

2일 해운대구 구남로 광장 인근 한 상가. 1층 한 점포를 제외한 건물 전체가 ‘임대’ 표지만 붙은 채 비어 있다. 박수빈 기자 2일 해운대구 구남로 광장 인근 한 상가. 1층 한 점포를 제외한 건물 전체가 ‘임대’ 표지만 붙은 채 비어 있다. 박수빈 기자

최근 ‘육천피’(코스피 6000) 시대가 열리면서 주식시장은 ‘불장’에 후끈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실물경제는 여전히 빙하기다. 부산의 대표 상권인 해운대를 비롯해 곳곳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고물가에 몰린 서민들은 소분 모임 등 공동구매로 허리띠를 더 조이는 모양새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광장. 도로변에서는 빈 점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3층 규모의 한 상가 건물 외벽에 난 10여 개의 창문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건물은 1층에 영업 중인 약국을 제외한 전체가 공실 상태였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산 지역 주요 상권 21곳 전체 공실률은 1년 전보다 1.2%P(포인트) 상승한 15.4%로 나타났다. 하단역 상권의 공실률(27.2%)이 가장 높았고 온천장(23.6%), 남포동(22.2%), 부산대학교 앞(21.6%)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부산의 핵심 상권인 해운대의 공실률 추이는 심상치 않다. 지난해 4분기 해운대 상권의 공실률은 19.1%에 달했다. 지난해 2분기(13.9%)와 비교했을 때 상승 폭은 5.2%P로 부산 주요 상권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200선에서 4000선으로 2배 가까이 올랐는데, 부산 경제의 주요 축인 소상공인들의 체감 경기는 악화일로다.

특히 해운대 골목 곳곳에 ‘불황의 지표’로도 해석되는 무인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과거 원룸촌 등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무인 매장은 최근 인건비가 낮다는 강점이 부각되면서 해운대 등 주요 상권에도 확산하고 있다.

해운대 상권의 무인 매장 유행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 변화를 넘어 소비자들의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보여준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접객과 서비스가 중시되는 관광지에서, 가성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최근 무인 매장 판매 품목은 기존 과자와 건어물 등에서 의류와 전자담배, 저당 식품 등 사실상 전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다.

해운대구 구남로의 한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식당처럼 인건비 지출이 큰 업종이 버티지 못하고 떠난 자리에는 무인점포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민들은 외식을 줄이고, 공동구매로 지출을 줄이며 고물가 시대를 힘겹게 견디고 있다.

특히 청년 세대는 임금 수준이 낮아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외출 자체를 꺼린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시연(27·부산 해운대구) 씨는 “요즘은 물가가 너무 올라 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하는 데이트를 선호한다”며 “코스피가 호황이라고는 하지만, 주식 1주 사기도 버거운 사회 초년생으로선 남 일 같다”고 말했다.

허리띠를 더 조여야 하는 서민들 사이에서는 공동구매가 유행이다. 최근 당근 등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소분 모임’이 활발하다. 참가자들은 코스트코 등 창고형 매장에서 판매하는 대용량 제품을 함께 구매해 인원수대로 나눠 갖는다. 창고형 매장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단위당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방식이다. 한 부산 지역 소분 모임은 참가자가 1000명에 달한다.

인하대학교 이은희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1인 가구들이 고물가에 대응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으로 식료품 등 서민들의 체감 물가를 우선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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