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수산부 장관' 강도형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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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 2일 취임식
새로운 항해 시작에 가장 좋은 때
국회 불신을 국민 신뢰로 화답하고
해양 강국 기틀 '성공한 장관' 기대

해양수산부 장관이 교체됐다. 새 장관은 최근까지 부산 영도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이끌던 강도형 원장이다. 그는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되는 2일 취임식을 예정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없을 것 같다. 멋진 출발을 기대한다.

그러나 취임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폭력, 논문 표절, 배우자 위장 전입 등 최소 4가지 이상에 대해 해명하는 곤욕을 치렀다. 여소야대의 국회는 자질과 능력 부족을 탓하며 청문보고서를 아예 채택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없었다면 그는 그대로 낙마의 불명예를 안았을 것이다.

해수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사태에 대한 대응 방법을 두고 최근 격론을 겪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여야 충돌이 잦은 부처가 아니다. 예산 규모부터 전체 19개 부처 중 14번째로 약골 중 약골로 분류된다. 청문 과정에서도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 해수부 장관에 대한 청문보고서는 대부분 채택됐다.

역대 해수부 장관 중에서 이번처럼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경우는 윤진숙 전 장관이 유일했다. 문성혁 전 장관도 부적격 의견이 나왔지만 적격 의견을 병기하는 해법으로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강도형 장관은 청문 과정에서 “장관 후보 지명을 어떻게 받았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이 받지 않은 질문이었다. 의원들이 정말 궁금했다기보다 ‘이력’만으론 자질과 능력이 의심된다는 불신의 다른 표현이었다. 그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야당 의원들은 ‘불가사의’ ‘신의 손’ ‘보이지 않는 손’ ‘벼락출세’라면서 조롱했다.

강 장관은 이력이 화려하지 않다. 정치인도, 고위공직자도, 석학급 교수 출신도 아니다. 진즉부터 예고된 장관 후보군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1년 남짓의 해양과기원장이란 직책이 없었다면 정말 내세울 이력이 없을 뻔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과거 이력이 아닐 테다. 앞으로 국회보다 더 ‘엄정한’ 국민 검증이 기다리고 있다.

해양 산업의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고 바다와 수산물 안전에 대한 국민 눈높이도 달라졌다. 해양 바이오는 ‘전문가’ 강 장관이 진단했듯이 겨우 ‘태동 단계’다. 장관이 된다면 1조 5000억 원 수준으로 해양 바이오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말했지만, 6조 원대의 해수부 총예산을 감안할 때 쉽지 않다. 해양 과학이 해수부 핵심 업무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예산까지 언급한 것은 성급한 욕심이 아닐까.

‘부실’ 우려를 낳고 있는 HMM 매각 작업은 그의 역량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해운과 금융, 어느 쪽도 ‘전문적’이지 않은 데다 해수부가 단독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해수부는 예산에 비해 현안이 많은 부처다. 해양의 특성상 전체 부처 중에서 관할 권역이 가장 넓다. 1차 산업에서 4차 산업까지 모든 산업 영역을 담당하는 부처이기도 하다. 그는 현안에 대한 이해도를 묻는 질문에 “공부하겠다”고 답했지만 의원들 지적처럼 해양수산부 장관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리는 아닐 테다. 정확히 보고받고, 세밀하게 검토해서,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해양 관련 정보를 가장 체계적으로 보고받겠지만, 오히려 그 속에 갇혀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장관이 있다는 점에서 경계할 것은 경계하면 좋겠다.

그를 믿는다. 그의 자질과 능력보다 그가 부산에서 보여준 열의와 패기, 직접 발로 뛰며 현안을 해결하려던 실천력을 신뢰하고 싶다. 그는 ‘동료’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인사청문회에서도 해수부 공무원들을 동료라고 지칭하며 함께하겠다고 답했다. 해양과기원 원장이 된 뒤 경쟁에서 낙오한 선배 연구자를 보직자로 옆에 두며 함께하는 ‘동료관’을 떠올리게 했다. 독단을 경계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장관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무회의에서 해수부 위상을 끌어올리고, 해수부를 넘어서 다른 부처의 협력을 끌어내는 역량도 기대하고 싶다. 다행히 대통령이 12월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부처 간 칸막이를 과감하게 허물고 과제 중심으로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억세게 관운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에서 부산으로, 다시 세종으로 권력 핵심이 되는데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바다 빛깔 ‘청룡’의 새해에 ‘국회 불신’을 ‘국민 신뢰’로 화답하고, 해양 강국 대한민국 기틀을 다진 ‘성공한 장관’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당부한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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