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특성화 교육을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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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해양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해양에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상선의 운항 그리고 바다 밑의 어족 자원과 관련된 수산,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 수출입 상품과 바다를 이어주는 항만과 물류, 해양과학과 해양문화도 포섭된다. 한국해양대학은 초기엔 상선의 운항에 필요한 항해사와 기관사만을 양성했기 때문에 해양의 의미는 상선 운항에 국한됐다. 1980년대 이후 학교 규모가 커지면서 해양은 넓은 의미가 됐다.

해양산업은 바다를 활용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바다는 육지와는 다른 환경이라서 위험하지만, 꼭 필요하고 잘 활용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그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도 특별해야 한다. 바다와 연관된 산업에 진출할 대학생을 특별히 교육하는 것이 대학에서의 해양특성화 교육이다. 해운산업 분야는 한국해양대, 수산 분야는 부경대, 조선 분야는 조선공학과를 중심으로 인력이 양성돼 왔다. 이들 학교와 학과는 훌륭한 인력을 배출해 해양산업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대학 진학생 수가 갈수록 감소하는 가운데 최근 신생아 수도 25만 명 아래로 줄어들면서 해양 분야 인력의 배출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그중에서도 수출입 상품을 실어 나르는 해운 분야의 인력 양성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인구 절벽 시대 배 탈 젊은이 줄어

졸업한 이도 대학에 편입하게 해야

부산의 경쟁력은 해양산업서 나와

관련 대학의 기능·규모 더 확대를

해양산업 중 해운산업은 전통 있는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해운업 매출은 40조 원 정도인데, 이는 전체 수출의 5%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리나라 수출액이 800조 원이라고 할 때 99%는 해운을 통해 운송된다. 이는 해운이 수출을 달성하는 데 그만큼 중요하단 얘기다. 그래서 국가 경제에서 해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아니라 절반 이상은 된다고 보아야 한다. 수출품은 우리 선박에 실려서 나간다. 험한 바다를 헤치고 누군가 안전하게 목적지에 이를 배달해 주어야 한다. 선원이 바로 그들이다.

해운 부분에서 선박을 운항하는 고급 선원을 해기사라 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을 해기 교육이라 한다. 우리나라 원양 상선은 1500척 정도이다. 이 선박에 승선하는 사관을 길러내는 교육기관으로는 한국해양대학, 목포해양대학, 부산·인천해사고 그리고 해양수산연수원이 있다. 1년에 약 1500명이 배출된다. 인구 절벽 시대에 배를 탈 젊은이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장차 지원 학생 수가 너무 줄어서 존폐 위기에 이르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그렇다면 수출 일꾼인 해양 인력의 배출과 교육기관들이 존속할 묘책은 무엇인가? 우선 선원이 될 학생들이 찾아와야 한다. 바다를 동경하고 기꺼이 선원이 되겠다는 젊은이들이 많아야 한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만큼 육지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바다에 있어도 육지와 같은 생활환경을 많이 누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최근 스타링크와 같은 인공위성 통신망을 활용해 상시 육지와 연결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진전이다. 이를 더 확산시키기 위해 부산시와 선주단체인 해운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해양특성화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교육기관이 존속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교육과 연구 기능이 축적·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대학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줄어드는 학생 수를 최대한 보강해 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법학이나 경영학 등 학부를 졸업한 30, 40대를 주 대상으로 하는 오션폴리텍 등 단기 과정에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온다. 이를 감안하면 대학을 이미 졸업한 사람들도 해양대학에 편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줄어드는 우리 선원들은 외국인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고 현재 상당수 진행 중이다. 외국인 선원들은 교육 수요가 있으므로 국내 대학의 장래 교육 자원으로 포섭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재교육 기능을 대학이 담당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미국에서 이런 사례를 볼 수 있다.

대학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사람을 배출해야 한다. 1인 1기가 아니라 이젠 1인 2기를 목표로 교육해야 한다. 선박의 운항은 항해와 기관으로 나누어서 교육한다. 그러나 원격 조종이 되는 자율운항선박 시대에는 항해와 기관은 통합되기 때문에 둘을 모두 교육해야 한다. 흩어져 있는 해기교육기관은 효율화를 위해 통합 관리해야 한다.

대학은 위치한 도시와 운명공동체일 정도로 지역 경제에 중요하다. 대학이 존재함으로써 학생 수만큼 상주인구가 늘어난다. 해운, 수산, 조선업은 부산시 고용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의 핵심산업이다. 부산의 지역 경쟁력은 해양산업에서 나오므로 해양특성화 대학이 꼭 필요하다. 이는 세계를 목표로 더 특화하고 부산 고유의 것으로 키워나가야 할 대상이지 일반대학교와 통합의 대상은 아니어야 한다. 오히려 부산시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해양 관련 교육과 연구 기능을 해양특성화 대학과 공동 관리해 대학의 기능과 규모를 확대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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