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운임 불안에 보험료 인상… 해운업계 삼중고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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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여전
연중 최고 수준 유가 변동에 촉각
‘반등’ 해상운임도 하락 요인 많아
잇단 분쟁에 보험료 인상 우려도

홍해에서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그리스 국적의 벌크 화물선이 지난달 21일 예멘 아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해에서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그리스 국적의 벌크 화물선이 지난달 21일 예멘 아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중동 내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해운업계가 삼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국제 유가가 출렁이는 반면 해상운임은 크게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불어 중동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끊이지 않으면서 선박 보험료 추가 인상 문제도 불거진다.

현재 두바이유,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등 국제 유가는 모두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국내에 주로 수입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가격이 지난 12일 종가 기준 9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이 확전 양상으로 이어질 경우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란이 전 세계 핵심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이스라엘이 전면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거란 전망도 나왔지만, 유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해운업의 경우 많게는 매출의 25%까지 유류비로 쓰기 때문에 고유가는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지금도 유럽~아시아 항로 선박은 수에즈 운하가 아닌 아프리카 대륙 남단 희망봉으로 돌아가고 있다. 수에즈 운하는 지난해 말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우회 항로만 6500km에 달해 유류비 부담이 큰 상황이다.

반면 유가 상승 악재를 만회할 해상운임의 경우 불확실성이 크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초 수에즈·파나마 운하 통항 제한 등에 따른 물류 대란으로 2200선을 웃돌다 지난 2월부터 7주 연속 하락했다. 이달 들어 2주 연속 반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하락 요인이 영향을 주고 있다. 친환경 규제에 대응해 미리 발주했던 선박들이 잇따라 공급되고 있고, 글로벌 경기도 침체돼 화물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15일 발표한 부산발 K-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KCCI)는 10주 연속 하락한 2145를 기록했다. 직전 지수(2149)보다 0.19% 내렸으며, 하락 폭은 서서히 줄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원유선의 경우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산 원유 대체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걸프지역에서 유럽 항로 운임이 11.4% 상승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확전 양상에 따라 운임 상승폭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박 보험료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 내 무력 분쟁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선박 보험사들이 홍해 항로를 경유하는 선박의 보험료를 재차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험 지역을 확대하거나 전쟁과 관련한 특별 약관을 신설하는 등 보험료 대상 범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미 지난 1월 후티 반군의 공격에 보험사들은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해 선박 가액의 0.75~1% 상당의 전쟁위험 보험료를 부과했었다. 3달 전 0.07% 수준에서 10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국내 해운업계는 이러한 악재뿐 아니라 해운동맹 재편, 친환경 규제 강화 등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HMM의 경우 수익 다각화를 위해 상반기 중 ‘2030 중장기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컨테이너 선복량을 150만TEU(130척)로, 벌크 사업을 1228만DWT(110척)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이 담긴다. 장기 운송계약에 주로 활용되는 벌크선 확대는 불황기에 대비한 전략으로 보인다.

HMM 측은 “선형별로 경쟁력 있는 선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한편 국내외 전략 화주를 기반으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글로벌 수준에 걸맞은 대한민국 대표 종합물류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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