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극 ‘컨테이너’, 이념 장벽 넘고 동유럽 진출
내달 21~22일 루마니아 공연
남북문제·인권 문제 다룬 연극
남북문제와 난민 문제 등을 다룬 부산 연극이 ‘이념의 바다’를 건너 루마니아 시비우 국제연극제 무대에 오른다.
극단 따뜻한 사람의 연극 ‘컨테이너’는 루마니아 시비우 국제연극제 기간인 오는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시비우 ‘공 씨어터’(Gong Theater)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시비우 국제연극제는 동유럽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로 올해로 개최 31주년을 맞은 행사다.
연극 ‘컨테이너’는 대형 선박의 화물 컨테이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난민과 밀입국자를 다른 나라로 실어 나르는 탈북자 출신 중간 브로커 ‘도우미’는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컨테이너 안에서만 살아간다. 그는 육지에 도착하기 전에 밀입국자들을 몰래 처리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지만 이에 따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탈북자와 한국 사람이 선박에 타게 되고, 그들은 ‘도우미’와 함께 브로커의 비밀을 파헤치고 컨테이너 속 세상을 벗어나려 한다.
한때 공산국가였던 루마니아에서 한반도의 남북문제를 다룬 연극이 공식 초청돼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의 의의가 더욱 커 보인다. 루마니아는 6.25전쟁 당시 북한의 의료지원을 하던 국가로 공산정권이 붕괴한 이후인 1990년에 들어서야 우리나라와 수교했다. 6.25전쟁 74주년, 한·루마니아 수교 34주년만에 이념 갈등을 소재로 한 연극이 루마니아 땅을 밟게 된 셈이다.
2018년 처음 선보인 이번 작품은 여러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8년 부산연극협회가 주최한 연극 육성 프로젝트 ‘내일의 걸작’에서 최종우승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김문홍 희곡상(2018년), 밀양공연예술축제 차세대연출가전 신진상(2022년), 부산연극제 최우수작품상, 우수희곡상(2024년)을 수상했다. 세계인의 공통 관심사 중 하나인 인권 문제를 다룬 점과, 극의 내용이 현실적이고 어렵지 않은 점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에서 1호 수출작으로 선정됐다. 당시 BPAM을 찾은 루마니아 시비우 국제연극제 관계자는 “주제와 연기력,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 모두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2017년 창단한 극단 따뜻한 사람은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공연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부산 출신 젊은 연극인들이 뜻을 모은 극단이다. 따뜻한 사람 측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두려움으로 컨테이너 속에 숨어 버린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며 “도우미와 밀입국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유와 행복, 돈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