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각지대’ 방치된 어린이 모래 놀이터
반려견 배설물로 인한 기생충
중금속 오염 등 무방비 지적
2년 동안 정밀 검사 3건 그쳐
부산시 “50곳 선정 검사 계획”
어린 아이들이 노는 모래 놀이터가 중금속, 기생충 등 노출에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매년 부산의 기초지자체가 실시하는 어린이 놀이 시설 점검에서 모래 놀이터가 제외되는 경우가 있어 청결한 놀이 환경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 16개 구·군에 따르면, 각 기초지자체는 매년 관내 어린이 놀이시설 지도 점검을 시행한다. 다만,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전체 놀이시설이 아닌 관내 시설의 20% 정도에 대해서만 지도 점검을 시행한다는 게 일선 공무원 설명이다.
이때 기초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점검 대상을 정하는데, 해당 과정에서 모래 놀이터가 제외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기초지자체 의뢰로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한 모래 환경안전기준 정밀 검사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3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는 명확한 점검 주기가 없는 탓에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지자체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라 매년 어린이 놀이시설에 대해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어린이 놀이시설을 우선 선정하지만, 사실 법적으로 정해진 점검 주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 전역에 있는 모래 놀이터는 480여 곳이다. 최근에는 놀이터 바닥이 우레탄으로 교체되는 추세이지만, 오래된 주택 단지 등을 중심으로 아직도 모래 놀이터가 많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로 인한 모래 오염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물 배설물로 모랫바닥이 오염되는 데다 이는 기생충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의회 소속 성현달 의원은 “모랫바닥에 (반려동물이) 변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알고 있다”며 “문제가 터지기에 앞서 안전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래 놀이터가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부산시와 보건환경연구원은 모래 놀이터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부산에 있는 모래 놀이터 50곳을 선정해 정밀 검사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점검에서 중금속이나 기생충 등이 검출되면 부산 전역에 있는 모래 놀이터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모래 놀이터 조사 항목은 기생충을 비롯해 △납 △카드뮴 △수은 △6가크로뮴 △비소 등 중금속 6가지다. 오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어느 모래 놀이터를 점검할지는 부산시와 논의 중”이라며 “매년 어린이 놀이시설을 점검할 때도 모래 놀이터도 빠지지 않고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