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도 구직 포기…30대도 ‘그냥 쉰다’ 6개월째 최대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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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마저 포기’ 2030세대 역대 최대
제조업·건설업·공공기관 채용 위축
‘양질 일자리’ 개선 당분간 어려울 듯

지난 12일 부산 동구 부산중장년내일센터에서 열린 ‘중장년 맞춤형 조선업 신호수 채용 행사’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관련 직무 설명을 듣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2일 부산 동구 부산중장년내일센터에서 열린 ‘중장년 맞춤형 조선업 신호수 채용 행사’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관련 직무 설명을 듣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우리나라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고, 30대 ‘쉬었음’ 인구도 6개월 연속으로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구직마저 포기한 2030 세대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경력직 위주의 채용 기조를 ‘노동시장 활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민간주도 성장만 기대하며 내수·건설업 침체 등 장기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최근 30대 ‘쉬었음’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작년 9월부터 6개월째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쉬었음’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이들이다. 외형상 실업 상태지만 구직 의사가 없기 때문에 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지난 2월 ‘그냥 쉰’ 30대 인구는 1년 전보다 1만 4000명 늘어난 31만 6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작년 9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매달 약 1만∼5만 명씩 늘며 역대 최대 기록 행진 중이다. 이들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5∼4.8%로 6개월째 최고치다.

30대 ‘쉬었음’에는 한 번 이상 퇴직한 뒤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쉬었음’과 유사한 30대 실업자를 보면 작년 기준으로 취업 무경험자는 3000명에 그친 반면 취업 경험자가 14만 700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30대 ‘쉬었음’은 20대의 경우와 달리 기업의 경력직 채용 기조보다는 일자리 미스매치나 양질 일자리 부족 탓이 더 클 수 있다는 뜻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고용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력직 채용이 많아지다 보니 이제 경력직들끼리 경쟁하는 현상이 지배적”이라며 “청년층에 이어 이제 경력직의 ‘쉬었음’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구인정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구인정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쉬었음’ 인구 증가세는 노동시장의 활력이 떨어지는 경고음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와 구직시장을 떠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실업자를 포함한 사실상 ‘청년 백수’는 120만 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7만 명 늘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채용을 해도 초단기 근로자나 비정규직·인턴이 많다”며 “청년층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30세대 고용 확대를 위해선 양질 일자리가 늘어야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제조·건설업 등 질 좋은 일자리의 감소세가 심화하는 형국이다.

지난 2월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동월 대비 7만 4000명 줄면서 작년 7월 이후 8개월째 내리막길이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도 작년 동월보다 16만 7000명 감하는 등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안정된 일자리로 꼽히는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 규모도 작년에 2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일반 정규직 중 청년 비중(82.5%)은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탓에 당분간은 고용상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국 경제의 근간으로 여겨지는 제조업은 주력품목인 반도체가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 타깃에도 올라 업황 둔화 우려가 크다. 특히, 철강·자동차 등 주력 업종마저 트럼프의 관세 보복 영향권에서 들면서 고용 시장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공공 일자리는 윤석열 정부의 대규모 세수 펑크 압박으로 채용 문을 충분히 넓히지 못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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