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家 사고뭉치 김동선의 반전…신사업·M&A 앞세워 형 위협
한화세미텍, SK하이닉스 공급계약 주도
김승연 각별한 지원 속 재계 인맥 강점
김동관·김동원 비해 승계 사업 규모 작아
아워홈 인수도 이끌어…승계 작업서 변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막내아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그룹 내 신사업과 인수합병(M&A)의 전면에 나서며 재계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유통 계열사 등으로 한정됐던 김 부사장의 승계 부문이 향후 양과 질 측면에서 확대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로부터 210억 원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HBM) TC본더 공급 계약을 따내는 데 있어 주요 역할을 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 2월 미래총괄부사장으로 이 회사에 합류한 이후 반도체 박람회 ‘세미콘 코리아 2025’에서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등 고객사 확보를 위해 직접 뛰고 있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고객사 미팅에 계속 참여하면서 계약 성사를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그간 HBM용 TC본더를 한미반도체로 독점 공급받고 있었는데 한화세미텍의 신시장 진출은 양사 간 밀월에 균열을 낸 것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은 SK그룹 오너가 등 재계에서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김 부사장은 승계 구도 정리가 임박한 한화 오너가 내에서 형들보다 입지가 공고하진 않은 상태다. 큰형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방산과 화학, 조선 등 주력 계열사를 맡았고 둘째형 김동원 한화생명 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은 자산만 100조 원이 넘는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주도한다.
하지만 이번 계약 성공을 시작으로 유통 등으로 한정됐던 김 부사장의 승계 부문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업 부문이 일부 겹치는 큰형 김동관 부회장과 미묘한 기류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한화세미텍은 향후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김 부사장을 향한 각별한 애정은 재계에서도 유명한 얘기다.
김 부사장은 한화건설에서 신사업전략팀장으로 일하며 경영수업을 받던 2017년 1월 ‘술집 종업원 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회사를 나와야 했다. 같은 해 9월엔 ‘변호사 폭행 사건’까지 알려지면서 그를 향한 비난은 거세졌고 4년이 지난 2020년 12월에서야 한화에너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 기간에도 김 부사장은 독일에서 식당을 여는 등 자체 경영 수업을 이어갔다.
김 부사장은 경영 복귀 이후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와 안착시키는 성과를 내긴 했지만, 한화갤러리아 실적 악화는 막지 못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1억 원에 그쳐 전년에 비해 68.1% 감소했다.
김 부사장은 향후 신사업에 공을 들이는 동시에 인수합병 등으로 몸집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사장은 최근 국내 단체급식 시장 2위 아워홈 인수를 결정했다. 단체 급식업체가 안정적인 캐시플로 역할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역점 사업인 푸드테크에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내막엔 형들보다 자신이 물려받을 사업 규모가 적기 때문에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앞서 유통 부문의 몸집을 키우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 부사장이 맡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 매출 규모는 그룹 전체 매출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승계 구도는 김동관 부회장이 핵심 사업을 맡는 구도로 10년 전부터 짜인 모습”이라면서도 “한화그룹이 최근 주요 사업 호황과 M&A 등으로 몸집이 커지고 있어 형제 간 사업 배분을 두고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