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보복’에 일본 대응 촉각…동북아 긴장감 고조
中, 日 겨냥 수출 고삐 와중에
"희토류 수출 심사 강화 검토"
일, 당혹감 속 사태 파악 주력
한미일 3국 분열 의도란 해석도
지난해 10월 31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 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일본을 상대로 ‘이중용도(민간·군사용 겸용) 물자 전면 수출 금지’라는 자원 전쟁의 포문을 연 중국 정부가 대(對)일본 희토류 수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중일 무역 갈등 본격화 여부를 두고 동북아 내 긴장감이 고조된다.
7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일부 희토류 관련 품목의 수출 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 매체는 이번에 심사 강화가 검토되고 있는 희토류 품목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일본 싱크탱크 노무라연구소를 인용해 전기차 모터용 네오디뮴 자석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과 터븀 등 중희토류가 거의 100% 중국에서 공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소는 이에 대한 제재가 가해질 경우 일본 경제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희토류 수출 통제가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일본 경제는 연간 6600억 엔(약 6조 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중국은 2010년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한 사건을 계기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제한한 바 있다.
이러한 보도는 전날(6일)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에 군사 목적의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하는 보복 조치를 단행한 직후 나온 까닭에 동북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무부는 지난 6일 “일본 군사 사용자와 군사 용도 및 일본 군사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기타 최종 사용자 용도의 모든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한다”면서 이러한 발표 즉시 조치를 시행했다.
이와 관련, 상무부 대변인은 “일본 지도자가 최근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을 공공연하게 발표해 대만해협에 대한 무력 개입 가능성을 암시했다”면서 이번 수출 통제 조치가 그에 대한 보복 차원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작년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하원)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이 집단 자위권(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 이후 일본을 거칠게 압박해왔다.
중국이 관리하는 이중용도 물자 목록에 일부 희토류가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수출 심사 강화는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의 전격적인 발표가 세부 내용을 포함하지 않아 영향받을 범위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핵심 자원인 희토류를 포함한 원자재 수급 제한으로 인한 직격탄이 우려된다고 일본 매체들은 전망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도 규제 대상에 희토류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이 과거 외교 마찰 시 행했던 전례를 고려할 때 이번 조치는 일본 산업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희토류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중국의 조치를 한중 정상회담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일 회담에서 한중 양국의 항일 역사를 공통분모로 부각하면서 중일 갈등 국면에서 한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일본 매체들은 중국이 이 대통령의 방일 등 추후 일정을 염두에 두고 한미일 3국의 분열을 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내놨다.
일단 일본은 당혹감 속에서 사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왜 이 시기에 규제를 강화했는지 모르겠다”며 중국 측 조치에 허를 찔렸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러나 사태 해결을 위해 ‘맞불’ 조치로 대항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일본이 2019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 보복 조치로 취했던 포토레지스트(감광제) 등 일부 반도체 소재의 수출 규제에 나설 수도 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