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속에 나의 시대가 있다” 화가 정철교의 시간 여행

복병산작은미술관서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
1970년대 습작부터 자화상까지 165점 전시
코로나 팬데믹 1년을 매일 기록한 책도 발간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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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만난 정철교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만난 정철교 작가. 김은영 기자 key66@
정철교 개인전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가 열리고 있는 복병산작은미술관 1층 다목적전시실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정철교 개인전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가 열리고 있는 복병산작은미술관 1층 다목적전시실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중구 원도심은 나를 작가로 성장시킨 산실 같은 곳이었습니다.”

정철교는 자신의 출발점을 그렇게 규정한다. 6월 15일부터 7월 10일까지 부산 중구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는 바로 그 장소와 시간으로 돌아가는 전시다. 1970년대 광복동과 남포동 일대에서 보낸 청년기의 작품과 기록을 통해, 한 화가가 어떻게 예술가로 형성되어 갔는지를 되짚는다.

“1977년 광복동 ‘부산 현대화랑’에서 친구들과 ‘기류전’을 시작으로, 공간·로터리·원·동방·밝은 터·사인화랑·갤러리 누보·가톨릭센터 등 여러 전시 공간을 오가며 작업했습니다. 그 시절의 그림과 성장 과정이 담긴 기록을 이번 전시에 담았습니다.”

정철교 개인전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가 열리고 있는 복병산작은미술관 별관 1층 전시 전경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정철교 개인전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가 열리고 있는 복병산작은미술관 별관 1층 전시 전경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정철교 개인전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가 열리고 있는 복병산작은미술관 별관 2층 전시 전경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정철교 개인전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가 열리고 있는 복병산작은미술관 별관 2층 전시 전경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정철교의 1973년 자화상. 작가 제공 정철교의 1973년 자화상. 작가 제공
정철교의 '숲속의 자화상'(1999). 김은영 기자 정철교의 '숲속의 자화상'(1999). 김은영 기자

전시는 본관과 별관을 모두 활용해 165점 규모로 펼쳐진다. 특히 작가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71년부터 1976년 사이의 작품을 모은 별관에 대해 그는 “시간이 멈춘 공간 같아서 오히려 더 잘 맞는다”고 말한다. 1971년 작 ‘이웃 소녀 김경희’의 모델이었던 인물이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 전시장을 찾는다는 사실 역시, 이번 전시가 단순한 회고를 넘어 시간의 층위를 호출하는 자리임을 보여준다.

정철교 개인전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가 열리고 있는 복병산작은미술관 1층 복도 전시 전경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정철교 개인전 ‘청년, 정철교를 만나다’가 열리고 있는 복병산작은미술관 1층 복도 전시 전경 중에서. 김은영 기자 key66@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만난 정철교 작가가 수많은 자화상이 걸린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김은영 기자 key66@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만난 정철교 작가가 수많은 자화상이 걸린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김은영 기자 key66@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만난 정철교 작가가 '내 몸에 가시가 돋다'는 제목의 자화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만난 정철교 작가가 '내 몸에 가시가 돋다'는 제목의 자화상을 설명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만난 정철교 작가가 '내 몸에 가시가 돋다'는 제목의 자화상 뒤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복병산작은미술관에서 만난 정철교 작가가 '내 몸에 가시가 돋다'는 제목의 자화상 뒤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이번 전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축은 자화상이다. 작가가 소장한 1000여 점의 자화상 중 100여 점을 골랐다. 그는 이미 자화상만으로 세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처음에는 고흐나 렘브란트처럼 작가는 자화상을 그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까, 자화상 속에 ‘나의 시대’가 담겨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작업을 하는 틈틈이 더 자주 그리게 됐습니다.”

자화상은 단순한 자기 재현을 넘어, 시간과 상태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한때는 작가로서 길을 잃은 것 같은 시기가 있었어요. 뭘 해도 시큰둥했죠. 그때 처음 시작하듯이 다시 나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외형적인 나였다면, 그 이후에는 내면을 찾아가는 작업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철교의 2020년 자화상. 작가 제공 정철교의 2020년 자화상. 작가 제공

이 ‘내면으로의 이동’은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더욱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그는 2021년 1월 1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으로 삶을 기록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코로나 시기에 나의 삶을 매일 그림으로 남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의 골목과 집, 사물과 풍경, 그 안에서 오가는 인물과 관계, 하루를 채우는 사건들까지 모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370점의 그림으로 엮은 <붉은 선으로 가둔 하루들, 나의 2021년> 책 표지. 뮤트스튜디오 제공 370점의 그림으로 엮은 <붉은 선으로 가둔 하루들, 나의 2021년> 책 표지. 뮤트스튜디오 제공
최근 막을 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연합 부스를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철교 작가의 새 책 <붉은 선으로 가둔 하루들, 나의 2021년>을 뮤트스튜디오 이보리 대표로부터 건네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 작가가 울산 울주군 서생면으로 옮겨가기 전 살았던 경남 양산시 매곡동 작업실은 문 전 대통령 옛 사저로 사용되는 인연이 있었다. 뮤트스튜디오 제공 최근 막을 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 연합 부스를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철교 작가의 새 책 <붉은 선으로 가둔 하루들, 나의 2021년>을 뮤트스튜디오 이보리 대표로부터 건네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 작가가 울산 울주군 서생면으로 옮겨가기 전 살았던 경남 양산시 매곡동 작업실은 문 전 대통령 옛 사저로 사용되는 인연이 있었다. 뮤트스튜디오 제공

이렇게 축적된 370점의 작업은 <붉은 선으로 가둔 하루들, 나의 2021년>(뮤트스튜디오)으로 묶였다. 771쪽에 달하는 이 책은 하루하루를 견뎌낸 신체적 시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마지막 날에는 코피를 흘리는 자화상을 그렸어요. 그 시간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견디며 살아냈다는 의미였습니다.”

뮤트스튜디오 이보리 대표는 이 책에 대해 “하루 한 점씩 그린 작품을 모은 기록이자, 책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도록 기획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최근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첫선을 보인 후 남포동 문우당 등 서점에도 깔렸다.

책에 실린 작품 일부는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말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문의 부산중구문화원 051-442-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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