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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제시한 핵심 화두는 애니메이션이다. BIFF는 특별기획전을 통해 애니메이션 장르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집중 조명하고 있으며, <부산일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차세대 스타로 꼽히는 나츠메 신고 감독을 단독으로 만났다.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CGV 센텀시티. 나츠메 신고 감독의 신작 ‘고스트- 밤의 끝’ 상영이 끝나자 관객석에서 일제히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 작품은 그가 연출한 첫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BIFF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에 초청돼 아시아 최초로 상영됐다. 노동이 불필요해지고 18세가 되면 사회적 필요성을 ‘선별’받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15세 엘리트 소녀 ‘니케’가 어른 ‘마스’를 만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SF 애니메이션이다.
상영 직후 이뤄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는 다소 복잡한 작품의 세계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나츠메 감독은 “현대 사회를 추상화한 듯한 세계관을 그렸다”며 “한 소녀가 자신에게 딱 맞는 장소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번에 작품을 완벽히 이해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현실 세계에서도 명확히 알 수 없는 일이 많은 것처럼, 그런 모호함마저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다. 관객 각자가 자신만의 감상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GV 이후 진행된 <부산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는 제작 배경부터 애니메이션 장르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갔다. 이 자리에는 나츠메 감독과 함께 작품을 이끈 제작사 매드하우스의 후쿠시 유이치로 프로듀서가 동석했다.
두 사람은 이번에 BIFF 참석을 위해 처음으로 부산을 찾았다. 나츠메 감독은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BIFF에서 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쁘고, 관객들이 보내주는 응원에 행복하다”며 “GV에서 나온 질문들도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던져져 인상적이었다. 역시 애니메이션은 언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음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부산 방문에 자원했다는 후쿠시 프로듀서는 학창 시절부터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을 전했다. 그는 “학생 때부터 한국인 친구가 있었고,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면서 한국 스태프들과 항상 가까이 교류했다”며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과 관심이 있던 찰나에, 이 작품으로 부산을 오게 돼 행복하다. 살다보면 이런 좋은 일도 있구나 싶다”며 웃었다.
두 사람이 이번 신작을 함께 싹틔운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후쿠시 프로듀서는 “매드하우스 입장에서 (나츠메 감독과) 전작인 서니보이를 함께 작업하고, 차기작을 탐색하고 있는 시기에, 반다이남코로부터 작품 기획안이 왔다”며 “오리지널 작품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작품을 만나 좋은 시작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뷰는 올해 BIFF가 야심 차게 선보인 애니메이션 특별전과 맞물려, 애니메이션 장르 본연의 매력으로 확장됐다. 실사 영화와 달리 직접 그리는 과정을 통해 특정 공간이나 섬세한 기분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꼽혔다. 후쿠시 프로듀서는 “그렇기 때문에 작화에 더욱 각별한 공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주류로 자리 잡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위상 변화에 대한 소감도 이어졌다. 나츠메 감독은 “이 업계에 들어온 지 25년이 됐는데,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도 ‘이 업계가 정말 성공했구나’라고 느낀다”며 “옛날에는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영화제 초청을 받는 경우가 잘 없었는데, 이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유만으로 초청받기도 한다”고 회상했다.
나아가 이웃 나라인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내놓았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답한 나츠메 감독은 “3D 장르 부문에서는 일본보다 훨씬 위”라며 “일본은 만화 문화가 있었고, 이 덕분에 콘텐츠가 풍부해 애니메이션 업계가 성립될 수 있었다. 한국 역시 소설, 만화, 드라마 등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면 세계로 진출할 수 있을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나츠메 감독의 ‘고스트- 밤의 끝’은 내년 일본에서 정식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콘텐츠 판권 유통 협의가 이뤄진 상태로 개봉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