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마주한 채움과 비움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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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개인전 ‘숨’ 16일까지
먹 흔적 위 세밀한 도시 야경
여행이 주는 위로·명상 전달

박지은 'A little talk-Seoul'. 아트소향 제공 박지은 'A little talk-Seoul'. 아트소향 제공

먹이 지나간 자리에 도시를 그리다.

박지은 개인전 ‘숨’에서는 한지 위를 지나간 거칠고 강력한 먹의 흔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뒤따라 먹이 지나간 자리에서 도시의 야경을 발견한다. 부산, 서울, 로마, 상하이, 파리 등 도시의 세밀한 밤 풍경이다.

먹은 어떤 때는 과감하게 흩뿌려진 모습으로, 어떤 때는 빠르게 획을 그은 모습으로, 어떤 때는 가만히 종이 위에 내린 모습으로 다양한 흔적을 보여준다. 박 작가는 한지 위에 먹을 이용해 역동적으로 화면을 파괴하고, 균형을 찾으려 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먹의 흔적 안에 자신을 스쳐 지나간 여행지의 전경 등을 풀어냈다. 야경 속 건축물의 세밀한 묘사는 먹의 느낌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또 화면의 남은 부분에서는 여백의 미도 살아난다.

박 작가는 빠르게 지나가는 현대 사회의 속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시 떠났던 여행에서 느낀 감정을 작품에 담았다. 가득 차오르다가도 텅 비고, 쓸쓸하면서도 황홀한. 여행지에서 느끼는 상반되는 감정을 통해 균형과 위안을 찾는 마음을 표현했다. 한지에 먹, 아크릴, 금박 등 동양화와 서양화의 재료를 같이 사용해 ‘질서와 무질서’ ‘균형과 불균형’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의 양면성을 담아냈다.

여행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며 채우는 과정과 낯선 곳에서 기존의 자신을 비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박 작가에게 여행은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는 명상과도 같은 여정이다. 작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살아가며 좋아하는 도시가 하나쯤은 있다’고 생각한다. 먹을 이용해 그 도시들의 밤 풍경을 표현하는 것은 고요하면서 빛나는 모습에서 어떤 위안을 얻었기 때문이다.

박지은 작가의 ‘숨’전은 오는 1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아트소향(센텀중앙로 55 경남정보대·동서대 센텀산학캠퍼스 지하 1층)에서 열린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이다. 또한 이번 전시는 온라인 전시 플랫폼 ‘코리안 아티스트’에서도 함께 진행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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