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이 무너지고 있다" 송재익 캐스터 별세…향년 82세
'축구 중계의 전설'로 불렸던 송재익 캐스터가 18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송 캐스터는 지난해 4월께 암 진단을 받고서 투병하다가 이날 오전 영면에 들었다. 송 캐스터의 아들은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가 힘들어하시다가 작년에 암 진단을 받으셨다. 두 분이 정이 깊으셨다. 치료했는데, 최근 암이 재발했고, 이후에는 손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고인의 빈소는 이대서울병원 장례식장(조문은 19일부터), 발인은 21일,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1970년 MBC 공채 4기 아나운서로 방송을 시작한 송 캐스터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중계 마이크를 잡아 중장년 축구 팬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신문선 해설위원(현 명지대 초빙교수)과 함께 '캐스터-해설가 콤비'로 활약하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대중적 인기를 크게 누렸다. 이른바 '도쿄대첩'으로 회자되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에서는 한국이 후반 막판 중거리슛으로 역전 결승 골을 뽑아내자 송 캐스터가 외친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멘트가 양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축구 중계와 함께 1970년대~1980년대에는 복싱 중계로도 명성을 날린 고인은 김득구 선수의 마지막 경기를 소재로 2002년에 개봉한 권투 영화 '챔피언'에도 캐스터 역할로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활동이 뜸하던 고인은 2019년 76세의 나이에 프로축구 K리그2(2부) 현장으로 복귀해 28경기를 중계하며 화제를 모았다. 다음 해인 2020년에는 K리그1(1부)까지 겸하며 26경기를 중계하는 등 정력적으로 활동했다. 이어 송 캐스터는 같은 해 11월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현장에서 완전히 물러난 뒤 가족과 시간을 보내왔다.
50년 동안 잡아 온 마이크를 내려놓은 송 캐스터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이룬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 스페인전을 꼽았다. 120분 연장 혈투 끝에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한국 대표팀이 극적인 승리를 챙긴 경기다. 송 캐스터는 또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도 생각난다. 당시 월드컵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독일이 통일되기 전이었다. 서독이 우승했는데 그때 한 말이 기억난다"며 "'찬란한 금메달을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가면 통일이 되어 있다. 참 부럽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하면서 목이 메더라"고 말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