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유상증자’ 한화에어로 주주 분노… 김동관 주총서 달랠까
3조 6000억 유상증자 기습 발표
21일 주가 5년 만에 최대 하락
경영 승계 의구심 더해 주주 분통
25일 주총서 해명 여부에 관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국내 증시 사상 최대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하루 만에 주가가 10% 넘게 하락하는 등 후폭풍이 상당하다. 더군다나 유상증자의 배경에 한화그룹의 승계가 깔려있다는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성난 주주들이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맏아들이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동대표인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주주총회에 나와 해명해야 한다는 주주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 거래일 대비 13.02% 하락한 62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3월 19일(-13.91%) 이후 약 5년 만에 최대 하락이다.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 60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기습 발표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투자심리가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부 주주는 25일 경기도 성남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기 주주총회를 찾아 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선 “주총에서 성난 개미가 뭔지 보여주겠다” “주총에 사달이 날 거다” “주총에 회장 나오냐” 등 성난 주주들의 반응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주요 증권사들 역시 방산과 조선 분야의 해외 사업 확대라는 투자 목적에는 공감하면서도 대규모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 기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유상증자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전날 김 부회장은 성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지난해 연봉 수준인 30억 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시장에선 이번 유상증자가 한화그룹의 경영 승계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는 의구심도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승계의 중심에 있는 김 부회장이 주총장에 직접 나서 주주들에게 양해를 구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를 맡은 2022년 이후 주주총회에 나타난 적이 없기 때문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가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비치고 있는 만큼 김 부회장이 주주를 만나 직접 진화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유상증자에 앞서 지난 13일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약 1조 3000억 원에 매입했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율은 기존 34.7%에서 42.0%로 올라갔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 50%, 김동원 25%, 김동선 25%)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회사다. 한화임팩트 역시 한화에너지가 지분 52%를 가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으로 자연스럽게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방산 부문 지배력이 강화된 셈이다. 또한 오너가의 지배력이 높은 한화임팩트와 한화에너지는 1조 3000억 원의 한화오션 투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현금을 투입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일반 투자자들에게 유증으로 손을 벌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와 한화오션 지분 인수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 후 주가는 4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상승했다가 (유상증자로)10만 원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