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년 부산 도시철도 대용량 리튬 배터리 반입 금지… “시대적 흐름” vs “규제 실효성 우려”[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튬 개인형이동장치(PM) 제한
160Wh 이상 보조 배터리 포함
잇따른 사고에 규제 대책 필요성
실제 반입 차단 어렵다는 의견도
내년부터 부산 도시철도 이용 시 리튬 배터리 탑재 개인형이동장치(PM)과 160Wh(와트시) 이상 보조 배터리를 반입할 수 없다. 사진은 지난 3월 부산 도시철도 4호선 미남역에서 시민들이 전동차에 탑승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내년부터 부산 도시철도 이용 시 리튬 배터리 탑재 개인형이동장치(PM)과 160Wh(와트시) 이상 보조 배터리를 반입할 수 없다. 사진은 지난 5월 서울 도시철도 5호선 열차 내 방화로 승객들이 대피한 후 객차 내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도시철도 역사와 열차 내 리튬 배터리 관련 화재가 잇따르며 부산교통공사가 대용량 리튬 배터리 반입 금지 규정을 신설한다. 최근 리튬 배터리가 포함된 제품이 많아지며 규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서 규정을 만들기로 한 것인데 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9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부산도시철도 이용 시 리튬 배터리가 탑재된 개인형이동장치(PM)과 160Wh(와트시) 이상 보조 배터리를 반입할 수 없는 여객운송약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160Wh는 약 4만 1000mAh(밀리암페어시) 수준으로 환산되는데 승객이 평소 이용하는 휴대용 보조배터리는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통상 시중에서 팔리는 보조배터리 용량은 주로 2만mAh 이하다.
현재 약관 개정은 공사 사규 심의를 통과했으며 이달 내에 부산시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시행은 다음 달 초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교통공사도 같은 내용을 담은 약관 수정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부터 도시철도 내 리튬 배터리 관련 화재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는 승객의 전동휠에서 연기가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도 두 차례 서울 도시철도 역사에서 보조 배터리에 연기가 나 승객들이 대피한 바 있다. 잇따른 사고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각 철도 운영사에 리튬 배터리 반입 최소화 조치를 권고했다.
약관 개정을 두고 리튬 배터리 휴대 규제 대책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의견과 반입 금지 규정 실효성이 낮다는 견해가 엇갈린다. 공사는 리튬 배터리를 탑재한 이동 장치가 늘어나고 보조배터리 관련 화재가 연달아 발생하는 만큼 시대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수백 명이 탄 열차에서 리튬 배터리가 폭발하기라도 한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튬 배터리는 외부 충격이나 습기 등으로 자체 발화할 수 있다.
하지만 규제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접이식 킥보드 등 소형 제품의 리튬 배터리 탑재 여부는 육안으로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160Wh 이상 대용량 보조 배터리는 일반적인 보조 배터리보다 4배 이상 크지만 가방 등에 넣어 보관할 가능성도 있다.
109곳에 달하는 부산도시철도 역사의 규제 인력 증대는 비용상 어렵다. 공항처럼 수하물과 가방을 검사하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규정상으로는 반입 금지 품목 발견 시 승객 승차를 거부하거나 열차 하차를 요구하는 것이 최선이다.
동아대 건축공학과 기성훈 교수는 “공공시설에서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전제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개인형이용장치를 포함한 교통 분야와 일반 화재 전문가 등을 모아 공청회를 여는 등 현실적인 규정 마련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교통공사 측은 시민들에게 규정 개정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신설 규정 관련 세부적인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먼저 역사 내 포스터와 열차 내 안내 방송 등으로 시민들이 규정을 지킬 수 있도록 홍보하겠다”며 “구체적인 규제는 법적 절차와 관리 효율성 등을 따져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