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포 해전을 부산대첩으로 재발견해 나가자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음력 9월 1일 이순신 장군의 연합수군 함대가 부산포를 급습했다. 당시 왜군 함선 430여 척이 주둔하던 부산포는 명실상부한 일본 수군의 소굴이었다. 이날 조선 수군은 왜군 함선 100여 척을 불태우거나 격침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본 수군을 격퇴했다. 조선 수군 사망자는 6명에 불과할 정도로 혁혁한 승리였다. 남해 바다를 장악하려는 왜적의 기를 꺾고 임진왜란 첫해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은 ‘부산포 해전’은 한산·명량·노량 해전만큼 중요한 승리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잊혀 가는 부산 역사인 부산포 해전의 위상을 재조명하는 작업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 일환으로 부산일보와 ㈔부산대첩기념사업회가 추진하는 공동 프로젝트는 ‘부산포 해전’을 ‘부산대첩’으로 새롭게 재발견한다는 취지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내일 열리는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향후 부산대첩을 기리는 랜드마크의 조성과 각종 기념사업이 주요 핵심사업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꺾이지 않는 곧은 저항이야말로 부산의 정신성을 상징한다. 임란 때 보여준 부산 지역의 항전이 부산 정신의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부산포 해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객관적, 실증적 연구물을 축적하는 일이다. 굳건한 연구 토대 위에서 부산포 해전의 역사성, 나아가 그것이 지금의 부산에 드리운 의미를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남북 화해의 길로 들어선 우리는 지금 평화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평화의 시대에 부산포 해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은 우리의 몫이다. 면밀한 역사연구와 함께 부산이라는 도시 이미지에 걸맞은 치밀한 전략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부산은 승전의 날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5일을 1980년부터 ‘부산 시민의 날’로 기리고 있다. 이를 널리 알리고 부산대첩 유적지를 역사문화 공간으로 복원해 동북아 해양수도의 미래가치를 창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