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조선의 미래는 자율운항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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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민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선임연구원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로 분류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기술이 우리가 생활하는 곳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필수품으로 인식되는 스마트폰과 연동된 주택, 가전, 자동차 기술은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 간 물자를 수송하는 선박에도 자율운항선박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에도 센서, 로봇,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각종 첨단기술이 적용된다.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15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 조선 1위를 고수하는 우리나라가 필히 선점해야 하는 시장이다. 과거 해외 기술에만 의존했던 LNG 화물창(LNG를 싣는 칸)의 경우 척당 1000만 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한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업계, 선원 일자리 감소 우려 불구

열악한 해상근무 환경 고려하면 절실

일·중 등 선진국 주도권 확보에 박차

산학연 힘 모아야 조선산업 1위 유지


산업부, 해수부 공동으로 6년간 1603억 원이 투입되는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 대한 예비 타당성조사가 통과되어 올해부터 기술 개발이 시작될 예정이다. 국제해사기구(IMO) 자율화 등급 3단계인 원격제어와 장애 예측 및 진단 등의 자동화로 최소 인원만 승선하는 수준을 목표로 기술 개발이 수행된다. ‘자율운항 선박 성능 실증센터’를 통하여 기술을 검증할 예정이다. 최소 인원 승선을 위해 자율 항해, 충돌·사고 방지, 상황 인식, 의사결정 능력 등을 갖춘 ‘지능형 항해시스템’이 개발된다. 또한 스스로 성능을 모니터링하고 고장을 예측·진단하는 ‘기관 자동화 시스템’이 개발될 예정이다. 선박은 자동차와는 달리 고장이 나더라도 정비소가 근처에 없는 망망대해에서 항해한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정비해 다시 운항하는 ‘감항능력(堪航能力)’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이 추가로 개발되어야 한다. 이 기술은 기관실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승조원들의 업무를 수월하게 하여 더욱 안전한 기관실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는 자율운항선박이 도입될 경우 선박에 승선하는 승조원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해양대 실습생 사망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50도를 넘나드는 기관실 온도와 록 음악 콘서트장과 맞먹는 110㏈의 소음에 노출된 기관사들의 열악한 해상근무 환경을 고려하면 자율운항선박 도입은 더욱 절실하다.

일본은 이미 2013년부터 민관합동으로 ‘SSAP(Smart Ship Application Platform)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노르웨이는 상업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자율운항선박 건조기술 개발을 시작해 이 기술을 기반으로 국제기준과 협약 적용 방법을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도 국제해사기구와 국제표준기구(ISO)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기술적 지원과 제반 연구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규정은 국제해사기구와 국제표준기구에서 동시에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른 규제의 경우, 기술이 개발된 이후 국제해사기구가 규제를 만들고 국제표준기구에서 시험 기준·성능 기준에 대한 국제표준이 개발된다. 자율운항선박의 경우에는 빠른 기술 개발 속도와 다양한 기준의 통합을 위하여 동시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국제 규정을 선점하고자 하는 선진국의 의도가 숨어 있다. 이대로 규정이 만들어질 경우 우리나라 조선·조선기자재 업계에 큰 어려움이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운항과 관련된 기자재 업계는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체로 주도적 기술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은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관련 산학연이 합심하여 함께 기술 개발을 추진해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세계 1위의 조선산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일본 SSAP의 경우 64개의 조선, 해운, 기자재, 협회, 연구소 등이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관련된 모든 산업계가 협력하여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국제해사기구와 국제표준기구에서 논의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술 개발도 일본처럼 관련된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나라 기술이 기준이자 표준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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