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세균실험실 폐쇄 주민투표는 지방 사무”…‘주민투표 추진위’ 부산시 상대 행정소송
“국가사무” 부산시 거부에 맞대응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 부산시 주민투표 추진위는 지난 10월 8일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시의 무능 행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부산일보 DB.
부산시가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자 부산 시민단체들이 부산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돌입한다.
100여 개 부산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주민 투표 추진위원회 (이하 추진위)’는 "미군 세균무기 실험실 폐쇄 문제는 국가 사무여서 주민 투표에 부칠 수 없다는 부산시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오는 28일 부산시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며, 소송을 합법적인 주민 투표로 인정받을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추진위는 ‘부산항 미군 세균실험실' 폐쇄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를 진행하기 위해 10월 13일 부산시에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신청했지만, 부산시가 이를 거부했다. 행정안전부 질의 결과 이 사안이 자치단체 사무가 아닌 국가 사무라서 주민 투표 추진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게 시가 밝힌 이유였다. 미군 세균무기 실험실 폐쇄 문제는 국가 사무여서 주민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 투표법에는 ‘국가 또는 다른 자치단체 사무는 주민 투표에 부칠 수 없다’고 돼 있다. 따라서 이 주민 투표의 합법적 수용을 위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해 ‘미군 세균실험실 문제가 주민의 삶과 직결된 것이어서 자치단체 사무’라는 유권해석을 받아야만 가능한 부분이다.
행정 소송에 앞서 이미 추진위는 지난 10월 19일부터 자체적으로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주민 투표 수용을 위한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15일 오후 기준 2만 명가량이 서명에 참여한 상태다. 추진위는 ‘부산시 주민 투표 조례’에 따라 내년 1월 말까지 부산 전체 유권자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15만 명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이어 부산시와 정부에 부산항 8부두 주한미군 생화학 실험 의혹 관련 시설 철거를 요구하는 주민 투표를 요구할 방침이다.
만약 이번 행정소송에서 대책위가 승소하게 된다면 부산시로부터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받아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서명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주민 찬반 투표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현우 변호사는 "한미주둔군협정(SOFA)에 공여 시설 및 구역 안에서 주한미군이 신축 또는 개축을 할 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통보하고 협의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여기서 지자체도 협의 대상자에서 배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부산 남구 감만동 부산항 8부두에는 기존에 알려졌던 '주피터 프로그램'을 계승한 프로그램인 주한미군의 생화학 프로그램인 '센토'와 관련한 시설이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주한미군의 생화학공격 방어체계' 구축을 위한 시료 반입이 2016, 2017,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부산 등 주요 미군 기지에 반입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추진위 이정은 집행위원장은 "어떻게 시민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세균실험실 문제가 자치단체 사무가 되지 않느냐"며 "주민 투표가 수용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서명에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