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온기가 너의 상처에 닿기를…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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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경 개인전 ‘삶의 정원에서’
19일까지 어컴퍼니 갤러리
상처·아픔 치유하는 과정 담아
종이와 콩테로 몽환적 분위기

이선경 ‘봄의 아이 꽃이 피면 다시 돌아와 주렴’.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이선경 ‘봄의 아이 꽃이 피면 다시 돌아와 주렴’.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이선경 ‘나비가 되어’.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이선경 ‘나비가 되어’.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너무 좋으면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힘든 순간이 있다. 대상이 사람일 수도 있고 영화 책 그림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 그건 분명히 특별한 느낌이다.

부산 해운대구 어컴퍼니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이선경 작가의 개인전 ‘삶의 정원에서’에서 만난 작품이 그랬다. 전시를 보고 온 후 시간이 좀 지났지만 전시 소개 글을 계속 쓰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전시가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다. 작품이 너무 좋아서 글이 쉽게 쓰이지 않았다는 말이 이선경 작가의 전시에 대한 가장 솔직한 표현일 듯 싶다.

작가는 자신을 모델로 삼아 익숙하면서도 낯선 자기 얼굴을 다양한 심리적 상황에서 그려낸다. 화려한 색감, 강렬한 인상의 얼굴은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이지만, 그림 속의 꽃과 나비, 정원과 연못은 또 현실에서 만나는 자연의 모습이다. 종이에 콩테로 수없이 긋고 칠하기를 반복한 작품은 강렬한 형상과 색으로 눈길을 끌고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가 관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사람들이 자주 왜 이렇게 상처를 그리냐고 묻고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에서 인물은 불안한 모습을 하고 있냐고 말하죠. 품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저는 늘 상대방의 아픔을 읽어 내려 애쓰는 사람이었죠. 삶이라는 게 어쩌면 타인과 상처를 주고받는 과정이지만, 아픈 마음은 언제나 새롭게 느껴집니다. 다행히 상처는 늘 아물어가고 반복되는 상처 위로 계절이 지나가며 조금씩 단단해진다는 걸 그림으로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선경 ‘경계’.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이선경 ‘경계’.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이선경 ‘새벽안개’.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이선경 ‘새벽안개’.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상처, 아픔이라는 이야기에 자칫 작가의 그림이 무겁고 우울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작가의 실제 그림은 굉장히 몽환적이고 화려하고 아름답다. 알록달록한 꽃과 나비, 색동 띠, 정원과 고양이, 예쁜 옷을 입은 인물 등 마치 웹툰의 한 장면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이 작가의 그림은 MZ세대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작가에게 다가와 인스타그램에서 그림을 봤다며 사인을 해 달라는 팬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작가의 그림은 일반 팬뿐만 아니라 전업 작가들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에도 젊은 작가들이 수줍게 다가와 “작가님! 사진 같이 찍어주시면 감사합니다”라고 다가오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작가들의 작가’이며 다른 작가를 언급하거나 칭찬하는 게 인색한 미술판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 작가의 그림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콩테라는 재료는 엄청난 끈기를 요구합니다. 종일 열심히 그려도 손바닥 정도 크기를 작업할 수 있습니다. 요정 대모님이 나타나 신데렐라에게 호박 마차, 반짝이는 드레스와 유리 구두를 신겨주던 동화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내게도 마법 지팡이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 상상하곤 했죠. 그런데 진정한 마법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오랜 시간 쌓아온 노력과 성실한 시간이 만났을 때 온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 콩테로 100호 이상의 대작을 그려내는 작가는 ‘마법’이라는 단어로 작업의 고단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선 콩테 작품 외에도 아크릴 물감과 색연필 작품도 몇 점 만날 수 있다.


이선경 ‘바라보다’.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이선경 ‘바라보다’.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이선경 ‘해빙’.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이선경 ‘해빙’.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전시장에 선 이선경 작가 모습. 김효정 기자 전시장에 선 이선경 작가 모습. 김효정 기자

이선경 작가 전시장 전경.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이선경 작가 전시장 전경. 어컴퍼니 갤러리 제공

작품 속 인물들의 시선이 항상 관람객의 눈과 마주치는 점도 이 작가 작품의 매력이다. 마치 서로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듯, 어떤 감정을 관통하는 듯 그림 속 인물의 시선은 보는 이에게 강렬하게 다가온다. 관객이 그림 속 인물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림 속 인물과 관객이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기분도 든다. 아픔과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따스한 위로이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발견할 것 같다.

그림뿐만 아니라 에세이 같은 글도 잘 쓰는 이 작가는 이번 전시를 기념해 특별히 작가의 그림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직접 쓴 아트카드 세트를 100점 한정 제작했다.

이선경 작가의 개인전은 19일까지 열린다. 갤러리 관람 시간은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낮 12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이며 일·월·화요일은 휴무이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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