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다만 봐도 따스했던 불씨, 지금도 꺼질 줄 몰라”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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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1‧2기 통영시장 역임
고동주 수필가 타계 2주기
유작집 <사랑바라기> 발간

고동주 수필가 타계 2주년을 맞아 <사랑바라기>가 유작집으로 새로 발간됐다. 고동주기념사업회 제공 고동주 수필가 타계 2주년을 맞아 <사랑바라기>가 유작집으로 새로 발간됐다. 고동주기념사업회 제공

‘통영 앞바다 작은 섬에서 태어나 조실부모하고 혼자서 자취하면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었지만 군불을 지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어느 날 조카가 걱정이 되었던 가난한 숙부가 땔감을 직접 마련해 조각배에 싣고 다섯 시간 넘게 노를 저어 와, 비탈진 달동네 자취방까지 날랐다. 숙부는 불을 지피고는 선걸음에 다시 섬으로 향했다. 그날 밤은 방이 따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숙부 가슴에 묻어온 정의 모닥불이 나의 가슴에 옮겨와 신열로 떨고 있었다. 그때 일과표를 떼어다가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다시 그려 붙인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날 이후 그 장작개비로 군불을 지피지 못했다. 차마 태워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쳐다만 봐도 흐뭇하고 따스했다. 그런 연유로 가슴에는 불씨 하나가 생겼고, 그 불씨는 지금까지도 꺼질 줄 모른다.’

지난 2023년 세상을 떠난 고동주 수필가의 수필집이 타계 2주년을 맞아 <사랑바라기>라는 유작집으로 새로 발간됐다. 이 책에는 초기 대표작 위주로 54편의 수필이 수록됐다. 그 중 ‘군불’을 요약해 앞부분에 소개한 것이다. 고인은 수필가로 불리기 원했지만, 사람들은 통영의 발전을 이끈 민선 1·2기 통영시장으로 더 많이 기억하는 모습이다. 그는 9급 공무원 때부터 품은 구상을 통영시장이 되어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추진, 대전-통영고속도로 건설, 통제영 복원, 통영국제음악제·청마문학상 제정, 시내 간선도로 확장 등으로 펼치며 통영의 발전을 이끌었다.


고동주 수필가는 2003년 ‘물목문학회’를 결성해 지도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지역수필을 알렸다. 고동주기념사업회 제공 고동주 수필가는 2003년 ‘물목문학회’를 결성해 지도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지역수필을 알렸다. 고동주기념사업회 제공

바쁜 공직 생활 한편으로는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수필 공부와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그가 남긴 700여 편의 작품 가운데 등단작인 ‘그 아픈 이야기’는 대학 강의서인 <문제의 수필>에 수록됐고, ‘동백의 씨’와 ‘밀물과 썰물’은 <수필 100인 선집>에 선정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공직 생활을 마감한 뒤에는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명예교수·창신대학 통영캠퍼스 부학장을 역임하고, 2003년 ‘물목문학회’를 결성해 지도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지역수필을 꾸준히 알려 왔다.

고동주기념사업회는 내년에는 그의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담은 자서전, 내후년에는 신앙인으로서의 묵상기도집을 출간하는 등 총 3~4권의 문집으로 엮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필가 대상으로 제2회 고동주문학상(대상 상금 300만 원 ) 및 학생과 일반인 대상 독후감 공모가 3월 말까지 진행 중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고 수필가의 장녀 고미현 씨는 “아버지가 수필은 내 인생의 멋진 벗이고, 살아온 흔적이다. 그래서 더 고마운 존재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바라기>를 통해 수필을 사랑하고, 수필을 누리며, 수필이 삶이 되는 사람들이 별과 같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사랑바라기> 표지. <사랑바라기>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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